[경제야 놀자] 전문가 서비스 신뢰할 수 있는가?

입력 2009-10-13 07:53:19

일상생활에서 전문가의 서비스에 의존해야만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때 전문가의 서비스는 과연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편도선 수술을 받았는데 과연 그 수술이 필요했던 것인가, 결함이 있는 중고차를 정상 가격보다 비싸게 산 것은 아닐까….

우선, 전문가 서비스시장의 특징을 알아보자.

첫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재화의 거래가 아닌 의료, 정비, 중개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 즉,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이다.

둘째, 공급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상당한 전문성과 해박한 지식에 근거하고 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거래되는 서비스에 대한 지식의 차이가 상당히 큰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셋째, 진단과 치료를 각기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기 어렵다. 카센터에서 고장 상태만 점검받고 정비를 다른 업소에서 받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병에 대한 진단을 A병원에서 받았다면 수술도 주로 같은 병원인 A병원에서 받게 된다. 한 가지 고장이나 증상에 대해 여러 정비소나 병원을 찾아 수차례 점검이나 진단만 받는다면 탐색비용은 물론 진단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들이 이야기하는 경제문제는 무엇일까? 진단과 치료를 분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독점성을 가질 수 있으며 공급자가 제공할 서비스의 양을 결정할 수 있다. 반면 얼마만큼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할지 사전에 알 수 없고 사후에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원했는데 공급자가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았는지, 간단한 서비스로도 충분한데 비싼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구매할 때 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즉, 서비스의 질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뢰재'라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은 공급자들이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정비와 치료 서비스에 충분한 수입과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정비와 치료의 시급성은 뒤로한 채 보다 이익이 될 만한 것에 우선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만적 행위에 제약을 가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의약분업처럼 처방과 투약을 분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은 나름대로 시장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장을 대신하여 정부가 가격을 설정하거나 또는 자격을 제한함으로써 공급자의 질을 담보하는 등 정부가 거래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급자에게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입증 책임과 문제 발생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고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장제도를 잘 작동시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그마한 이득에 눈이 멀어 소비자를 기만할 경우, 요즘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치명적인 손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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