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변변한 유전이 없었던 독일은 2차대전 내내 연료부족에 시달렸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용맹을 떨쳤던 '사막의 여우' 롬멜 원수의 아프리카 군단이 영국군에게 밀려난 것이나 히틀러가 서부전선에서 벌인 마지막 반격인 벌지 전투에서 독일군이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것 모두 연료 부족 때문이었다.
독일은 전쟁 초기 전격전의 연이은 성공으로 점령국의 비축유를 노획해 쓸 수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독일은 용케도 전쟁을 수행해 나갔다. 비결은 합성석유였다. 독일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 프리드리히 베르기우스가 개발한 석탄액화법으로 합성석유를 추출해 전투기를 날리고 탱크를 굴렸다. 당시 독일군이 사용하는 연료의 57%가 합성석유일 정도로 합성석유는 독일군의 생명줄이었다. 연합국의 전략 폭격은 이를 끊어놓았다. 1944년 5월 12일 935대의 미군 폭격기가 독일 내 합성석유 공장 12개 중 5개의 대형 공장을 집중 폭격했다. 피폭 현장을 둘러본 군수장관 알베르트 슈페어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이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전쟁은 사실상 끝났다."('부의 역사', 권홍우)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독일 공군이었다. 옥탄가가 높아야 하는 고급 항공유의 92%가 이들 공장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연료가 없으니 아무리 성능 좋은 전투기가 있어도 무용지물이었다. 이후 연합국 폭격기는 텅 빈 독일 하늘을 마음 놓고 돌아다니며 전략 목표를 두들겨댔다. 중규모 합성석유 공장까지 모두 파괴되면서 1944년 9월 항공연료 생산량은 본격적인 폭격이 시작된 4월 말의 6%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공군 조종사들의 비행 훈련 시간이 교범 상에 나와 있는 최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공군 조종사 1인당 연간 비행 훈련 시간은 131시간으로 공군이 정한 '중급 수준'(180시간)이나 '최상급 수준'(240시간)은 물론 '최소 수준'(150시간)에도 미달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기름값 때문이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 공군은 지난해 150시간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했으나 '유류 절약' 시책으로 훈련 시간을 줄였다고 한다. 국민들이 그렇게 하라고 했는지 공군 책임자에게 묻고 싶다. 조종사들이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하는데 최첨단 전투기가 무슨 소용이 있나. 국민은 기름값 때문에 조종사 훈련을 줄이라고 하지 않았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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