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는 '서울의 유통 사관학교가 신세계라면, 대구는 대구백화점(이하 대백)'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들 백화점 출신들이 다른 유통업체에 우선 채용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거나, 창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백 출신으로 4년 전 패션 아울렛 '올브랜'을 창업한 김국현(47) 사장. 그는 대백에서 21년 4개월 근무하다 창업, 올브랜을 대구의 대표적인 아울렛 매장으로 키워 유통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회사 박병준(51) 전무도 대백에서 20년 일하면서 '홍보통'으로 알려졌던 인물. 2006년 퇴사 한 박 전무는 2007년부터 올브랜의 고속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울렛 매장인 '모다아울렛' 김호범(47) 상무도 대백 출신이다. 김 상무는 대백에서 21년 동안 기획실장과 지원실장 등을 역임한 '전략통'. 지난해 7월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1997년 홈플러스, 1999년 이마트, 2003년 롯데백화점이 대구에 진출을 하면서 대백은 '유통사관학교'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들 업체에서는 지역사정에 밝으면서도 잘 훈련된 경력사원이 필요했고, 여기에 대백 출신들이 대거 스카우트 대상이 됐다.
홈플러스에는 박치관(43) 밀양점장이 대백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 2002년 홈플러스에 스카우트됐다. 박 점장은 "홈플러스에는 본사 팀장급 3명, 점장 4명 등 모두 40여명이 대백 출신으로 능력을 인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 이마트에는 송길수 이마트 만촌점 신선1팀장 등 5명, 롯데백화점에도 서충환 대구점 홍보팀장과 정성원 상인점 잡화여성팀장 등 10여명이 롯데로 옮겨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백이 유통사관학교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오랜 역사와 함께 우수 인력을 양성했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 평가이다. 대백은 1944년 대구상회로 출발해 62년 (합)대구백화점, 69년 (주)대구백화점을 설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병준 올브랜 전무는 "대백은 일찍부터 선진국의 패션과 할인판매시스템 등 선진 마케팅전략을 도입, 지역에 튼튼히 뿌리를 내렸다"며 "현장 중심의 교육·지도·적용이 조직의 큰 장점이었다"고 했다.
김호범 모다아울렛 상무는 "대백 창업주인 고 구본흥 회장은 매장에서 손자뻘되는 직원에게 여러 가지를 직접 설명해 주고 가르쳐줬다. 그때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때 배운 것들이 현재에도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백 최영대 지원실장은 "창업주인 선대 회장은 인재 제일주의를 강조했다"면서 "계명문화대학 패션관련 학과와 영진전문대학 유통관련 학과를 대백캠퍼스에 개설하는 등 직원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가 오늘날 대백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대백 출신 대형소매점 간부는 "'대백맨'은 전통적으로 영업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다른 업체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울의 대형백화점이나 대형소매점에 비해 낮은 보수와 장래에 대한 비전 부족 등도 대백맨들이 떠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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