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양날의 검 복리

입력 2009-09-29 07:10:58

'이자+이자=복리?'

이자는 돈을 빌려 주는 사람에겐 기쁨을, 돈을 빌리는 사람에겐 슬픔을 안겨주는 '양날의 검'이다. 특히 다양한 이자계산법 중에 복리(複利)는 날이 예리하게 선 검이다. 100만원을 연리(年利) 10%의 금융상품에 투자한 사람이 3년 후에 받게 되는 돈을 계산해 보자. 우선 가장 알기 쉬운 단리(單利)로 계산해보자. 단리란 이자에 추가 이자가 붙지 않는 이자 지급방식을 말한다. 즉, 원금에 약속된 이율 10%를 곱한 금액만 일정하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복리란 말 그대로 이자에 이자가 더해지는 것을 말한다. 즉 '원금+이자'에 이율 10%를 곱한 만큼 이자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단리 경우를 연리 10%의 복리로 계산해 보자. 100만원을 투자했을 때 100만원의 1년 후 가치는 원금 100만원에 이자 10만원을 더한 110만원이 된다. 2년째는 원금과 이자가 합쳐진 110만원에 다시 10%의 이자가 붙어 121만원이 된다. 3년째는 다시 121만원에 10%의 이자가 붙어 약 133만원이 된다. 이 경우에는 복리와 단리의 이자가 30만원이므로 이자는 고작 3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이자율이 20%이고 투자기간이 20년이라면 어떨까? 처음 10년간 수익은 그래도 두 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20년 후 수익은 단리와 복리 사이에 7배가 넘는 차이를 보여 준다. 이처럼 복리는 시간에 의지한 채 점차 무서운 힘을 발휘하게 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티끌은 모아 봐야 티끌이다. 하루에 2천원씩 아껴서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돼지저금통에 모은다고 하자. 1년이면 약 73만원, 10년이면 약 760만원, 20년이면 1천460만원이 된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1천460만원이 태산이 되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티끌이 이자, 특히 복리를 만나면 태산이 되어 사람을 웃기고 울린다. 하루 2천원씩 1년 동안 모인 73만원을 돼지저금통에 넣는 대신 대부업체가 홍길동에게 빌려 주고 한 달 4%, 연리 48%의 이자를 복리로 부담하게 한다면 1년 후 약 108만원, 10년 후 1억1천만원, 20년 후에는 5억7천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티끌 같던 하루 2천원은 복리와 함께 태산이 되어 대부업체를 미소 짓게 하는 반면 홍길동은 땅을 치면서 울게 될 것이다.

대부업처럼 이자가 연리 48%니까 하루 2천원이 그렇게 되었지 은행처럼 이자가 6~10% 정도라면 빌려 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모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48%에 비해 그 정도 차이가 작지만 하루 2천원은 생각보다 엄청난 돈이 된다. 이렇게 보니 태어나서부터 30세까지 하루 2천원을 꾸준히 저축하면 결혼자금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하루 2천원을 아무런 생각 없이 꾸준히 지출한다면 위의 수익을 포기하는 셈이 되고, 결혼할 때 대출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루 2천원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 두 사람의 30년 후 결혼 준비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연출한다. 날이 예리하게 선 칼은 훌륭한 작업 및 요리도구가 되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기도 쉽다. 검은 사용하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호신용 또는 살상용으로도 쓰인다. 우리들은 미래를 위해 어떤 칼을 준비하고 있는가.

정상만 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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