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당 지하, 외지인엔 '미로'

입력 2009-09-21 10:23:20

출구 안내판 찾기 힘들고 내용조차 허술 헤매기 일쑤

대구지하철 1, 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 지하 길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로 같은 복잡한 구조인 데다 안내표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 간판과 어지럽게 뒤섞인 안내표지판.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지하철 1, 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 지하 길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로 같은 복잡한 구조인 데다 안내표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 간판과 어지럽게 뒤섞인 안내표지판.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0일 미국인 줄리안 오트(Julian Ott·30)씨와 함께 찾은 대구 지하철 반월당역. 지하철 1, 2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다. 1호선에서 내려 지하상가 4번 게이트를 목적지로 정하고 동행했다. 출발 직전, 벌써 헷갈려 하며 안내표지판을 가리키는 오트씨. "보세요. 목적지인 4번 출구 표시가 아예 없잖아요." 오트씨는 '그냥 짐작으로' 무작정 1번 출구 쪽으로 향한다. 개찰구를 빠져 나와 지하상가에 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4번 출구에 대한 정보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시민들에게 물어도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천장에 안내 표지판이 달렸지만 목적지 찾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눈치. 그마저도 온갖 광고판과 뒤섞여 정신만 사나워진단다. 오트씨는 한참을 더 헤매다 비로소 4번 출구 안내 표지를 발견,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트씨는 "오늘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평소엔 일단 지상으로 먼저 올라가서 건물을 보고 길을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반월당 지하가 미로 같다. 안내표지는 있으나마나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내외 손님 맞기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오트씨와 동행하면서 길 안내 정보를 찾기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안내 표지는 글자가 너무 작아 바로 밑에까지 가지 않고는 읽기 힘들다. 색깔도 파란색, 주황색, 녹색 등 중구난방으로 보인다. 주변 약도는 보이기 쉬운 곳이 아니라 구석자리에 처박혀 있다. 오트씨는 "무엇보다 안내표지 정보가 너무 단편적이고 일관성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하나의 안내표지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최종 목적지까지 가려면 각 지점의 정보를 조합해 나가야 한단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한 번 잘못 들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봤다. 상황은 똑같았다. 구역이 넓고 구조가 복잡하지만 안내표지는 동아쇼핑이나 메트로센터 방향만 가리키고 있다. '일단 지하상가로 올라가서 시작하라'는 뜻. 오트씨는 "안내표지란 누구나 어디에서든 어디로라도 쉽게 갈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월당 지하가 미로 같기는 초행길 국내인도 마찬가지다. 김모(52·수성구)씨는 얼마 전 대구를 찾은 서울 친구한테 망신살이 톡톡히 뻗쳤다. 동대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 친구에게 반월당 지하상가 5번 게이트로 찾아오라고 한 탓이다. 약속 시간을 30분이나 훌쩍 넘겨서야 나타난 친구는 "출구 하나 찾는 게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떻게 하느냐"며 따지듯이 물었다. 김씨는 "반월당 지하상가 길이 복잡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초행길 친구에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외지인을 위한 대구의 작은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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