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직격탄…단체 헌혈 줄줄이 취소·연기

입력 2009-09-17 09:56:57

대구 동구의 A학교는 가을이면 연례행사로 해오던 단체헌혈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매년 2, 3학년 전원이 헌혈을 해 왔지만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올해는 아예 계획조차 잡지 않은 것. 이 학교 관계자는 "헌혈을 통해 신종플루에 감염되는 사례는 없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단체헌혈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이 한데 모이게 되면 감염 우려가 높아질 수 있어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신종플루로 헌혈자 급감

신종플루 확산으로 10곳 중 7곳이 단체헌혈을 연기·취소하고 있다. 헌혈과 신종플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헌혈을 하는 시민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지난주 초만 해도 30% 정도에 불과했던 단체헌혈 취소율이 이번주에는 70% 가까이 급증했다"며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헌혈을 꺼리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15일 대구가톨릭대 단체헌혈의 경우 헌혈자 수는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개별 헌혈자 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혈액원 측은 "하루 600명(유닛) 분량의 혈액이 확보돼야 하지만 요즘은 헌혈자 감소로 하루 470~5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혈액 재고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헌혈 문화가 정착되면서 올해는 항상 20여일분의 재고량을 유지했었지만 신종플루 사태 이후 갈수록 재고량이 줄어 현재는 8일분 정도의 혈액만 확보돼 있는 것. 혈액원 관계자는 "혈액 재고량이 5일 이하로 떨어지면 병원에 원활한 혈액 공급을 해줄 수가 없게 된다"며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몇 주 내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혈병 환자들, 불안감

헌혈자가 줄어들면서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빈혈 등으로 투병중인 환자들은 자칫 필요한 혈소판을 제때 공급받지 못할까봐 불안감에 떨고 있다. 혈소판 헌혈의 경우 헌혈 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걸려 헌혈자 수가 특히 적기 때문이다.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배모(26)씨는 "병원 측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헌혈을 해 줄 수 있는 지인을 10명 정도 확보해 놓으라고 말을 하더라"며 "신종플루로 헌혈자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치료에 차질이 빚어질까 겁이 난다"고 했다. 혈소판은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5일에 불과한데다, 금방 헌혈한 혈액일수록 환자들의 혈소판 수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항상 일정한 수의 헌혈자가 유지될 필요가 있는 것. 혈액원 측은 "현재까지는 수급에 문제가 없어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혈액원 관계자는 "신종플루나 일반 독감 바이러스가 혈액을 통해 감염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며 "헌혈의 집에서는 헌혈 전 손 소독을 의무화하고 일일이 체온을 확인하는 등 신종플루에 대한 감시체계를 세워놓고 있어 안심하고 헌혈을 해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