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훈'을 뜻하는 일본어 '데가라'는 고대 가야왕국 대가야를 일컫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받고 존경받는 것이 아닐까? 누구에게 사랑받고 또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산업사회 때만 해도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편지였다. 요즘은 그냥 전화로 하고 더 빠르면 직접 만나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한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달을 쳐다보면서 그리워하는 그런 감동과 낭만의 시대는 과학의 발달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져 갔다.
어쨌든 윗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커다란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윗사람에게 인정받는 일. 그것은 윗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며 이를 한마디로 하면 '수훈을 세우는' 것이다.
'수훈을 세운다'를 일본어로 하면 '데가라오 다데루(手柄を建てる)'인데, 여기서 '데가라'는 '수훈'을 뜻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데가라'라는 말은 옛날 한국 남부에 있었던 고대 가야왕국 '대가야'를 가리키는 말로, '데가라를 세워라'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잃어버린 조국 대가야를 다시 일으켜 세우라'라는 말로 이는 고대의 일본이었던 야마토(大和)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지상과제였던 것이다. '데가라를 세워라'라는 말이 '수훈'이란 말로 바뀔 정도로 당시 야마토 정권은 '대가야' 재건을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가를 확실히 알게 해주는 말이다.
고대 일본으로 건너간 대가야 사람들에게는 오직 빼앗긴 조국 '대가야를 다시 세우라' 는 것이 그들의 구호였던 것을 보면서 그 말속에 숨어있는 '말의 혼'에 섬뜩함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1970년대 우리나라의 구호는 '잘살아 보세'였다. 마을마다 새마을 운동을 일으키고 국민들의 얼굴에는 땀흘리는 기쁨이 있었다. 도시도 농촌도 모두 맡은 곳에서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가 오늘의 번영 한국을 만든 것이다.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는 민족의 숙원이었고 우리 모두의 꿈이었다. 1960년대에는 보리가 필 때쯤 양식이 떨어지는 춘궁기, 보릿고개도 있었고, 일주일에 하루 분식의 날도 있었다.
'우리도 열심히 하면 자가용도 타게 될거야'라는 꿈으로 모두의 가슴 속에는 새로운 희망이 넘쳐났고 땀 흘리는 기쁨이 있었다.
이런 것들은 모두가 다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가 갖게 해준 마력이었다. 2차대전 때 미국을 하나로 단결시킨 구호는 '리멤버 펄하버' 즉 '진주만을 기억하라'였으며 일본을 근대 국가로 탈바꿈시킨 명치유신의 구호는 '손노토박(尊皇土幕)' 즉 '막부를 무너트리고 천황국가를 만들자'였다. 이처럼 어느 시대 어느 민족 어느 국가든지 이러한 구호가 역사를 바꿔왔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나라의 구호는 뭐라고 하면 좋을까?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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