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뭐니?'
아이들에게 물으면 장래 어떤 직업을 원하는지 대답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꿈이란 앞으로 자신이 바라는 것을 말한다. 직업만 꿈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지, 학문, 봉사, 거주하고 싶은 곳, 자녀의 수, 취미, 친구도 꿈이란 테두리 안에 넣을 수 있다. '꿈=직업'이라고 인식하는 어린 학생들 대답이 삭막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생각을 고정시킨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지난날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을 세뇌시킨 어른들의 죄가 크다.
대한민국에 사는 학생들에게서 꿈에 대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꿈은 곧 장래 직업이라는 인식과 원하는 꿈에는 '사'라는 글자가 들어간다는 것 말이다.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교사가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자신보다 부모가 바란다는 것. 또 돈과 명예, 안정을 우선해서 꿈을 선택한다는 것. 직업에 대해 구체적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 등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각종 직업을 손가락으로 세어보라고 하면 열 손가락을 넘는 아이가 흔치 않다. 위에서 말한 직업은 빠지지 않고 소개되지만 배의 안전한 정박을 도와주는 '도선사'라는 직업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단다. 연봉이 억대라는 데 말이다. 수많은 직업 중 단골로 등장하는 직업만 생각하는 아이들의 앞으로 삶이 무미건조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자신들이 대답한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물으면 '공부'라고 답한다. 대답을 해놓고 풀이 죽는 아이도 있다. 벌써 기가 꺾인 아이를 위해 1만 시간의 투자를 각인시킨다. 어떤 일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김연아 선수가 새로운 점프에 도전하는데 그 동작을 3천번 연습해야 안정된 자세가 나온다고.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한 말이지만 필자도 그렇지 못해 속으론 겸연쩍었다. 내가 '바담 풍'해도 제자는 '바람 풍'으로 바르게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북돋워준다.
지난주부터 대부분 대학이 수시 원서를 받고 있다. 정시 인원보다 수시에서 더 많이 선발한다. 전형요소도 얼마나 다양한지 입시 공부보다 더 머리가 아프단다. 자신이 꿈꿔왔던 대학, 학과에 소신 지원한 학생이 얼마나 될까. 성적에 따라, 혹 낮은 경쟁률로 대박을 꿈꾸는 학생은 없었을까? 필자의 딸아이도 실시간 경쟁률을 체크한다. 다른 학과까지도 확인한다. 소신 지원보다는 눈치작전이다. 원서 접수 시일이 하루 남아 있어 경쟁률은 지금보다 많이 올라갈 것이다.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기다리는 수험생이 한둘인가. 그러다 가장 낮다고 낸 곳이 한꺼번에 몰려 최고 경쟁률을 보일 수도 있다.
기능올림픽 대회에서 16번이나 우승한 나라이면서도 기능인을 우대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라면 아이들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누구나가 '사'자가 붙는 직업을 좇는다면 국가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한 명의 인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교육도 좋지만, 1만 명 모두가 꼭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교육이 돼야 한다. 한 가지 실패가 인생 전체를 흔드는 것이 아니니까.
장남희(운암고 3년 임유진 어머니)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