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마라톤 코스 중 무려 7곳…대구 이미지 먹칠 우려
도심 옥상간판이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대구의 부끄러운 얼굴로 전락하고 있다. 간판 난립과 유례없는 광고 불경기가 맞물린 결과다. 2011년 마라톤 코스 구간 내 '백지' 옥상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허가 기간이 '영원'한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도심 경관 개선을 위한 옥상간판 정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1년 마라톤 코스로 예정된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범어네거리 구간. 모두 17개나 되는 옥상간판 홍수 속에 '이상한 것' 3개가 눈에 거슬린다. 이른바 '백판'(白板)이다. 지하철2호선 담티역, 수성구청역, 범어네거리 주변에 자리 잡은 옥상간판은 말 그대로 온통 새하얗다. 간판 문구라고는 광고 문의(전화번호)가 전부. 주변 건물과 어울리지 못한 채 도심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 되고 있다.
현장 확인 결과 2011년 마라톤 코스 구간 내 백판 건물은 7개나 됐다. 대구스타디움을 빠져나와 차례대로 담티역, 수성구청역, 범어네거리, 수성교(2개), 공평네거리, 반월당네거리 옥상간판에서 백판이 확인됐다. 전후좌우 4개면 모두 백판이거나 도로변을 마주한 1개면 이상에 광고 내용이 없다. 대구시 간판 담당은 "안 그래도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며 "2011년 마라톤 대회 이전까지 무슨 수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백판은 세계 경제 위기가 불어닥친 지난해 말부터 하나 둘 출현하기 시작해 도미노 폭풍을 맞고 있다. 구·군청 간판 담당들은 "옥상간판 난립이 공급 과잉을 부른 데다 전광판, LED를 비롯한 경쟁 광고물이 등장하면서 옥상간판 위상 역시 급추락한 결과"라며 "경기 침체 장기화까지 겹쳐 백판 도미노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했다. 마라톤 코스 이외 도심 대로변에서도 백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구의 관문 동대구역 네거리, 중구 동신교, 서구 대평리시장, 남구 안지랑이 네거리~서부정류장(2개), 수성구 청구삼거리, 달서구 감삼네거리 등 7곳에서 백판이 확인됐다.
백판을 비롯한 도심 옥상간판은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현행법상 최대 길이 30m, 최대 면적 1천50㎡(300여평)에 이르는 '덩치'가 도심 곳곳을 옥죄고 있다. 전체 827개(2007년 전수조사 기준) 가운데 면형을 제외한 입체형 옥상간판은 400여개로 추정되며 여기에 최대 허용 면적을 곱한 공간(40만여㎡)은 대구스타디움 면적(4만여㎡)의 10배에 달한다.
게다가 현행 옥외광고물법상 옥상간판은 영원히 철거할 수 없다. 3년 허가 기간 내 1번씩 실시하는 안전도 검사만 통과하면 끝없이 허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억대의 옥상간판 설치비를 투자한 광고업체들이 수천만원의 철거 비용을 부담할 리 없다.
이에 대해 대구시 간판 담당은 "지난해 11월 대구시 간판 가이드 라인 제정시 신규 옥상간판 설치를 전면 금지했다"며 "그러나 가이드라인 제정 이전 설치된 옥상간판은 철거나 강제 수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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