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있을 수 없는 일에 침묵하고 있는 북한

입력 2009-09-12 07:57:11

통일부가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에 의도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외교통상부도 북한의 처사는 명백히 국제관습법을 위배했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국제관습법상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자 이번 사건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 사과를 비롯해 확실한 향후 재발 방지책을 재차 촉구한 것으로도 읽힌다. 원상회복은 말할 것도 없고 피해보상이나 손해배상 등은 북한의 지금껏 행태로 볼 때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따질 것은 따지고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문가들도 우리 정부가 당장 법적 절차를 밟으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적 책임을 묻는다고 쉽사리 응할 북한도 아니다. 그러나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선언한 정부는 원인 행위 당사자인 북한의 성의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받아내야 한다. 최근 북한의 유화적 태도에 연연하여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북은 사건 발생 후 6일째가 됐지만 아직 '수위가 높아 긴급 방류했다'는 해명 외에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물폭탄에 휩쓸려 아까운 목숨을 잃은 우리 국민 6명의 희생에 대해 침묵으로 외면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와 관련, 일차적 가해자로 꼽히는 부류는 강경 기조의 북한 군부다. 최근 일련의 유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남한을 흔들기 위해 돌출 행동을 벌였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결과는 우리 국민 6명의 목숨만 앗아갔다.

북의 내부 사정이 어떻게 흐르고 있든 침묵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한 대화는 무의미하다. 지나친 강경 기조로 남북관계를 경색시켜서는 안 된다는 일각의 신중론은 북한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대다수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또 국제관습법 위반 선언의 낮은 실효성을 이유로 응분의 책임을 묻지도 않은 채 대화 기조로 돌리려 한다면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남북의 대화는 서로 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남북관계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흥분할 필요는 없지만 조급하게 진행해도 실익이 없다.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히 한 발 한 발 다져가야 한다. 이번 사건을 여론몰이식으로 활용한다면 경계해야 마땅하지만 향후 남북 간의 대화는 이번 사건에 대한 북한의 성의 있는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의 냉정하고도 현명한 대응이 향후 남북관계 진전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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