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한곡쯤 켤 수 있어야 '멋쟁이 실버'
연세 지긋한 사람은 아코디언에 대한 추억을 한두개쯤 간직하고 있다. 시골 장날 찾아온 유랑극단 배우의 현란한 아코디언 연주, 초등학교 선생님이 들려주던 감미로운 아코디언 음색이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다.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함을 간직한 아코디언이 실버세대를 통해 되살아 나고 있다. 활기찬 노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코디언에 대한 인기도 치솟고 있다. 아코디언으로 가요 한 곡 연주할 수 있어야 멋쟁이 어르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06년 8월 창단된 팔공문화원 어르신아코디언연주단은 대구를 대표하는 실버아코디언연주팀이다. 매주 월요일 팔공문화원에서 아코디언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60, 70대 어르신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경삼(67'북구 산격동)'조순자(65'여)씨 부부는 여가선용을 위해 함께 아코디언을 배우고 있다. 황덕순(68'동구 백안동)씨는 젊은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으나 배울 기회가 마땅치 않아 느즈막이 아코디언을 시작한 경우다.
3일 오후 3시 팔공문화원 2층 강당. 엿새 후(9일) 서울 홍익대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나이없는 날' 연주 준비를 위해 어르신아코디언연주단 단원 10명이 모여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연습시간이 부족해서 잘 안맞는데 다시 한번 갑시다." 한 단원의 지적에 모두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아코디언 연주를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나라잃은 슬픔을 달래준 대표적인 노래였던 '목포의 눈물'을 아코디언으로 들으니 애절함은 더했다. 여리게 떨리는 아코디언 음색이 듣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했다.
어르신아코디언연주단은 2007년 일산실버문화사랑축제, 컬러풀대구페스티벌, 공산탈춤한마당, 2008년 전주실버문화사랑축제, 공산중학교 개교 60주년 기념 행사, 올해는 대구열대야국악축제에 출연하는 등 대외 연주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연주를 본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특히 실수를 하면 오히려 더 박수 갈채를 받는다고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객들이 보내는 경외감의 표시다.
대구 명덕네거리 인근에 있는 아코디언하우스에서도 어르신들의 아코디언 사랑을 감지할 수 있다. 이 곳 수강생 가운데 50대는 젊은 축에 속한다. 60대뿐만 아니라 70, 80대까지 있다. 대부분 아코디언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으며 퇴직 후 아코디언을 배우게 된 사람들이다.
실버세대들이 아코디언을 배우는 이유는 다른 악기에 비해 배우기 쉽고 건강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 또 손자들에게 동요를 들려주거나 가족들 앞에서 가요를 연주하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어르신아코디언연주단 단원인 서위도(65'동구 봉무동)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는 피아노, 나는 아코디언으로 동요를 연주한다. 아코디언이 가정을 더 화목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홍세영 대구예술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악기를 다루어보지 않았던 사람도 3개월 정도 아코디언을 배우면 쉬운 동요와 가요를 연주할 수 있다"며 "아코디언은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고 바람통 조절을 통해 어깨 근육도 강화할 수 있어 아코디언을 배운 뒤 건강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악보를 읽고 암기하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기억력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에 정신건강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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