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의 대학과 책]유라시아 대륙의 주인은 누구인가!

입력 2009-09-09 07:00:00

흉노: 지금은 사라진 고대 유목국가 이야기

사와다 이사오저/ 김숙경 역(아이필드, 2007)

한때 유라시아대륙의 심장부를 장악하고 세상을 호령했던 흉노, 그들은 농경 민족인 중국 한족을 '땅이나 파먹고 사는 지렁이'라고 비웃었던 최초의 기마유목 민족이었습니다. 그들은 북으로 시베리아 삼림지대와 남으로 고비사막, 그리고 서쪽으로 알타이산맥과 동쪽으로 대흥안령산맥의 중간에 자리한 대초원 몽골 고원에서 살았습니다. '사기'의 흉노 열전에 보면 이들의 생활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흉노는 가축을 방목하면서 이동한다. 그 가축들 가운데서 흔한 것은 말, 소, 양이고, 특수한 것은 낙타, 나귀, 노새 등이다. 물과 풀을 찾아 이동하고 성곽이나 상주지는 없으며, 농사를 업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각자의 구분된 땅을 소유하고 있다. 문서는 없으며 언어로 약속한다. 어린 아이도 양을 타고 활을 쏘아 새나 쥐를 잡으며, 좀 더 성장하면 토끼나 여우를 잡아 양식으로 삼는다. 어른이 되면 강력한 활을 쏠 수 있으며, 모두 무장 기병이 된다. 평화 시에는 가축을 좇아 이동하고 새와 짐승을 사냥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으나 전시에는 모두 전투에 참여하여 침략, 공격하는 것이 그들의 천성이다.'

흉노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유목민이었습니다. 농경을 하지 않았으므로 곡물이 필요하면 약탈을 하였습니다. 기온이 하강하여 먹을거리를 구하기 어려울 때도 남하하여 농경지역을 약탈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흉노를 '흉악한 야만인'으로 비하하였고, 아직도 그 두려움이 만리장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흉노가 한나라를 협박한 이야기 한토막입니다. "한의 사자여,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한이 흉노로 운반하는 그림, 솜, 쌀, 누룩은 그 양이 부족하지 않고 질이 좋은 것이어야 한다. 만약 부족하고 조악하면 가을에 곡식이 여물 무렵 말을 타고 달려가 농작물을 마구 짓밟아버릴 것이다." 흉노의 약탈은 중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5세기 후반 흉노의 마지막 후예로 알려진 훈족은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날의 유럽을 만든 게르만의 민족대이동을 겪었고,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는 수치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에게 흉노는 영원한 '악귀'로 남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흉노는 중국인이나 유럽인이 가진 '야만'뿐인 민족이 아닙니다.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켰고, 동서 문화의 전달자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유목 민족의 이동성과 유라시아대륙을 종횡무진 누비던 기마술이었습니다. 행동이 둔하고 느린 양을 관리하려고 기동성이 뛰어난 '말'을 가축으로 선택할 만큼 지혜로운 민족이었습니다. 단지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말로 약속하고 말로 전한 탓에 그들이 이룩한 모든 것들은 국가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사라진 흉노에 관심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겨우 흔적만 남은 그들의 문화 유적들을 좇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일본학자 사와다 이사오(澤田 勳)입니다. '흉노: 지금은 사라진 고대 유목국가 이야기'(아이필드, 2007)를 보면 흉노에 대한 그의 의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사서의 기록을 토대로 하여 유목 민족 흉노의 원형을 찾고자 했습니다. 한나라와의 공방, 정치적 이해와 정략 결혼, 내분 및 권력 투쟁 등을 일반 국가들의 정치 현상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흉노 사회의 경제와 산업, 의식주, 풍속과 관습, 문자 등 흉노의 문화를 비롯하여 흉노 사회의 권력 현상도 연구하였습니다.

지금 불모지 흉노의 땅은 농경지와 녹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의 땅에 석유와 다양한 광물 자원이 매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여전히 사라진 제국 흉노의 후예들이 주인입니다.

노동일(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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