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선택? 잘못된 만남?…정운찬 총리 카드 '시끌'

입력 2009-09-04 09:22:42

이명박 대통령의 '정운찬 총리 카드'는 절묘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많다. 우선 여권 입장에선, 차기 대선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남 공주 출신인 그를 중용함으로써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충청권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또 대운하·감세·환율 등 주요 정책의 '비판자'를 끌어안아 '써본 사람만 계속 쓴다'는 비판도 불식시키고, 최근 강조해온 화합·통합 의지도 다시 한 번 과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 후보자의 등장을 순수하게만 받아들이지는 않는 듯 하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유력한 대권 주자의 한 명으로 거론됐던 경력 등 정 후보자의 정치적 상징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역학 구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정 내정자의 입각을 90년 '3당 합당'에 비유하기도 한다.

3일 개각 발표 직후 여야 각 당·계파의 반응에서 이같은 분위기는 바로 감지됐다. 한나라당의 경우 친박계는 '대항마'의 출현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인 반면 친이계는 대권 경쟁 구도 마련으로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또 정 후보자를 대권 후보로 영입하려 했던 민주당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정 후보자의 그동안 발언으로 비춰볼 때 대통령과 총리 둘 중 하나는 소신을 접어야 공존이 가능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며 "한복 바지에 양복 상의를 입은 것과 같다"고 혹평했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도 '고향 사람'을 내준 데 대한 충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자유선진당을 휘젖고 짓밟은 개각치고는 미흡한 개각"이라며 "경제학자로서는 뛰어난 교수이지만 과연 MB 정권 2기에 추진력을 내야 할 총리로서 적합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아직 인사나 능력 검증이 전혀 안된 정 전 총장을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단기필마'로서 그 파괴력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것. 정 후보자 역시 3일 차기 대권 도전 계획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후보자가 현 정부와 코드가 달라 주요 정책 추진과정에서 마찰음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일회용 카드'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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