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선생님의 하소연이 이렇다. 그녀의 남편은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근검, 절약, 성실을 신조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며,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도 받고, 인정도 받는단다. 장인 장모를 친부모 삼아 정성을 다하고 그분들도 그를 아들처럼 아끼고 잘해준단다. 그런데 열심히 사는 것 같지도 않고 가끔씩 대형사고도 치는 처남이 부모님으로부터 야단 대신 무한사랑을 받는 사실에 몹시 마음이 불편해 한단다. 더 안타까운 것은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힘쓴다는 사실이다. 그런 신랑이 측은하고 안쓰럽단다.
후배의 남편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조건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지식으로, 이성적으로는 그런 사랑이 있음을 알았지만 경험하지 못해서 당연하게 여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력하면 더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잘못하면 없어지거나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태양이 떠 있을 텐데 밤새 내가 노력해야 햇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 것인가!
우리 모두는 과거와 묶여있다. 과거는 현재를 만들기도 했지만, 현재의 발목을 잡고 자유롭게 미래로 가는 것을 막기도 한다. 잊었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경험들도 나의 의식과 무의식에 남아 내가 내리는 모든 결정과 판단에 나침반 노릇을 하며 끊임없이 내 삶에 개입한다. 특히나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으로 인해 받았던 결핍과 상처는 우리의 마음을 옹졸하고 비좁게 만들어 다른 사람의 호의와 선의도 거부하게 하고, 스스로도 마음을 열지 못하게 한다.
어떤 문제에 유난히 집착하거나, 어떤 사람이 이유도 없이 밉거나, 그 문제만 언급되면 특별히 예민해지거나, 다른 사람이 편안해하는 주제에 혼자 열을 내거나, 그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기 싫거나, 자신이 가치없는 존재로 인식되거나, 어떤 상상에 혼자 두려워하거나 과거를 찬찬히 들여다볼 이유는 많다.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과거를 들여다보고, 그때 받은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때의 작고 웅크린 나를 지금의 내가 알아봐주고, 이해하고, 그리고 위로해주면, 더 나아가 그 때문에 오래 마음 닫고 산 나를 용서해주면, 조금은 더 편안한 오늘이 되고, 내일이 되지 않을까! 가능하면 주변의 그나 그녀도 그런 과거 때문에 그랬으리라 생각하고 안아줄 수 있다면!
상처를 입으면 바늘 하나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데, 물리적인 힘으로 마음을 넓힐 수 없다면, 상처를 들여다보고 아는 척하는 것으로 마음 열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금동지(대구가톨릭대 외국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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