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전쟁과 보불 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등을 비롯해 근현대 몇백 년 동안 수십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칼과 총부리를 맞댄 '원수' 사이가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였다. 오랜 앙숙이었던 두 나라가 2006년 공동으로 교과서를 출판했는데 다름 아닌 역사 교과서다.
1963년 두 나라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도 지속돼온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협력의 새 시대를 연다는 내용을 담은 엘리제조약을 맺고 외교'과학'문화'교육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관계 발전 노력에 들어갔다.
그 중 대표적인 사업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문화 교류. 2003년까지 40년 동안 7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두 나라를 오갔는데 특히 청소년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것이다.
드디어 2003년 엘리제조약 체결 40주년을 기념해 열린 독일-프랑스 청소년의회에서 두 나라 청소년 300여 명은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 교과서를 공동 제작하자는 제안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이웃나라를 찾아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것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청소년들은 과거 역사에 대한 공통 인식과 이해가 혹시나 또 있을지도 모를 미래의 불행을 막는 전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민족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풍속이 다른데다 기나긴 세월 극단적인 경쟁과 대립관계였던 두 나라가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끊임없는 토론과 연구, 그리고 무엇보다 누대의 적대 관계를 더 이상 되풀이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두 나라는 이를 성공시켰다. 과거를 같이 봄으로써 함께 열어갈 미래를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에는 프랑스 국민들의 개방적이고도 미래 지향적인 사고가 큰 역할을 했지만 전쟁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철저한 반성, 피해 배상에 힘쓴 독일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들의 노력이 전제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성과 배상은커녕 망언과 역사 왜곡으로 엇가고 있는 일본에서 왜곡 역사 교과서가 두 종류로 늘어날 전망이다. 왜곡 역사 교과서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새역모가 지유샤(自由社)를 통해 새로 만든 왜곡 교과서 외에 과거 후소샤(扶桑社)와 만들었던 왜곡 교과서의 출판이 계속되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의 채택률은 미미하다지만 왜곡 교과서나 자꾸 찍어내려는 일본의 행태는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상훈 북부지역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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