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현직 대통령의 가족장 결의대회

입력 2009-08-27 14:21:05

꽤 오래전 일이다. 전남 광양에서 강연을 하고 나서 몇 명의 30대 청년들이 강연을 감명 깊게 들었다면서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 같은 분이 꼭 도와줘야 할 게 있다고 한다. 얘기인즉슨 자기들은 한국의 장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민간 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의 회원이라고 하며 필자의 동참과 도움을 요청하였다. 나중에 그들로부터 왜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를 바꾸어야 하는지, 또 현재의 우리나라의 장례 실태는 어떤지 등을 기록한 자료가 우송되었다.

지금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당시 그 자료에 따르면 1년에 20만여 개의 묘지가 만들어지며 면적으로 치면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잠식당하고 있었다. 현재 전국의 분묘 수는 약 2천만 개로 학교 용지의 4배, 공장 용지의 2배, 국토의 1%, 서울특별시 면적의 1.6배다. 묘지당 평균 면적은 15평으로 주택 면적 6평의 2배 반이다. 상가당 조의금은 평균 1천905만 원으로 한해 평균 사망자가 25만 명이라고 하면 약 2조7천400억 원이다.

중국 여행을 했을 때의 일이다. 안내인과 여러 얘기를 하는 중에 중국에는 봉분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처럼 유교 문화를 숭상하는 나라가 이게 웬일이냐 싶었다. 풍수지리설의 원조인 나라가! 중국은 연간 평균 사망자가 600만 명에 달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땅, 그 중에도 명당이라고 일컫는 요지가 묘지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택동이 이끄는 혁명 정부가 1956년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 제도를 금지하는 '장묘 문화 혁명'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40여 년이 지난 현재 중국 어디에서나 봉분 형태의 무덤은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북경시에서는 장묘 문화 제2혁명운동으로 1994년부터 시신을 화장한 뒤 그 유골을 바다에 뿌리고 있다.

특히 1979년에 사망한 주은래 전 국무원 총리는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해 그 유골이 비행기로 전국에 뿌려졌고, 1989년 호요방 총서기가 사망했을 때 부인의 희망에 따라 화장된 유골이 강서척지에 뿌려졌다. 중국의 국립묘지인 베이징 '팔보산 혁명공묘' 는 지도자, 애국자, 과학자, 문학가, 예술가, 고급 기술자 등 3천여 명이 묻혀 있고 묘지 크기는 1, 2㎡로 모두 납골묘다.

어린 시절 초대 대통령의 생일날이 되면 내가 다니던 학교를 포함, 중고생이 동원되어 서울운동장에서 생일을 찬양하는 합창을 하곤 하였다. 그 당시 그분이 대통령이니 당연히 생일에 동원되어 합창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4'19혁명으로 그 분이 하야할 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필자는 모 신문사가 불에 타는 것을 보고 박수를 치고 내가 믿었던 그분이 최악의 지도자(?), 독재자(?)였기에 결국 하야해서 '하와이'로 망명하였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어리둥절하였다. 그 후 하야할 때 욕하고 비난하던 때와 달리 이곳저곳에서 안타까워 우는 국민들을 보았고 운명했을 때 정말, 진정으로 슬퍼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공과야 어떻든 그분은 대한민국의 건국의 아버지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최근 2, 3개월 사이에 두 전 대통령의 운명을 경험하였다. 한 분은 '자살'로 운명하였고 또 한 분은 의학적으로 병사하였다. 대통령이 운명했을 때 어떤 장례를 치러야 할까! 법률적으로 국장, 국민장, 가족장 등이 있다고 한다. 최근에 운명한 전직 대통령 두 분 중 한 분은 국민장으로 화장하고 고향마을로 갔고, 또 한 분은 국장으로 서울 현충원에 모셨다. 장례가 국장이냐, 국민장이냐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현재대로라면 대통령은 앞으로도 5년에 한 명씩 나올 것이고, 또 그들이 인간인 이상 운명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전직이든 현직이든 대통령의 주검에 대한 장례 형식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은 없으나 죽으면서까지 ○○○대통령은 국민의 귀감이 됐다는 이 한 마디는 듣고 싶다. 한국의 주은래, 호요방은 언제 오실까?

그리고 광양에서 만났던, 장례 문화를 바꾸기 원했던 그 젊은이들이 지향하고 희망하고 또 갈망하던 말,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했던 분이나 대통령이 정말 장례문화의 귀감"이 되었으면 하던 그 바람들이 생각날 뿐이다. 현직이든 전직이든 대통령의 장례 형식에 대한 이러한 기사가 보고 싶다. 영어로 한번 쓸까? "He deserved it, but he didn't."이 한 마디를……,

윤방부 가천의과대학교 부총장 겸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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