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에티오피아 마지막 황제 셀라시에 1세

입력 2009-08-27 07:00:00

솔로몬과 시바의 사랑은 언제까지 이어졌을까.

1975년 오늘,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 1세(Haile SelassieI)가 암살되면서 3천년을 이어온 전설도 함께 끝났다. 1931년 제정한 헌법에 '솔로몬 왕과 시바 여왕 사이에 태어난 아들 메네리크의 직계 자손이 에티오피아의 황제'로 명기돼 있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친(親)마르크스주의 군부는 83세의 노황제를 살해하고 궁전 마당에 몰래 묻었다. 쿠데타 지도자 멩기스투는 '솔로몬 왕조의 종언'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젊을 때는 뛰어난 군주로 이름이 높았으며 1930년 즉위식날 초상이 미국 타임지 표지를 장식할 정도였다. 1950년대 비동맹외교와 아프리카통일기구(OAU) 창설 등을 주도했다. 한국전쟁 때 자신의 친위대를 파견했고 1968년 한국을 방문, 국빈으로 환대받았다. 외치(外治)는 성공했으나 내치(內治)는 실정을 거듭했다. 한때 1인당 국민소득(GNP)이 3천달러를 넘었지만 쿠데타 직후 100여달러로 급전직하, 현재까지 국민들은 기아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설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비참하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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