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600에도 '머니 무브'는 조용

입력 2009-08-26 09:15:37

코스피지수가 1,600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주식형펀드 수익률도 급등하고 있지만 돈이 주식형펀드 등의 위험자산쪽으로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돈이 오히려 은행금고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증시 활황기때는 은행예금이 급격히 증시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머니 무브' 현상이 나타났지만 최근엔 오히려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최근 1, 2년간 금융위기로 '펀드통(痛)'을 앓았던 사람들이 워낙 많았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 "금고에 돈이 쌓여요"

은행들은 올들어 주가가 급등한데다 증권사들이 고금리의 CMA계좌까지 들고 나오면서 바짝 긴장했었다. 2007년 '펀드 열풍' 당시 예금이 급격하게 빠져 나온 사태를 경험한 때문이다.

대구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1월말 5조1천782억원에서 4월말엔 5조8천594억원으로 치솟더니 7월말엔 5조9천836억원까지 올랐다. 7개월동안 16%나 정기예금 잔액이 늘어난 것이다.

대구은행 손순호 마케팅통할부장은 "매일 예금 잔액을 점검할 만큼 바짝 긴장했지만 은행으로 돈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펀드 등 위험자산에 워낙 고생을 많이 한 고객들이 많아 정기예·적금 선호현상이 매우 강하다. 이달에도 예금 증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달 19일을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저축성 예금 잔액은 602조3천735억원으로 지난달말과 비교해도 10조2천15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월 1~19일) 증가액이 3조1천199억원인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지난 7월 한달 증가액(2조1천434억 원)보다는 5배가량 급증했다.

저축성 예금에는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과 정기예금 등이 포함된다.

은행들은 더 많은 예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잇따라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토지보상금이나 공탁금 등 거액을 일시에 받는 고객들을 위한 '프리미엄 토지보상(공탁금) 정기예금'을 선보였고, 우리은행은 자전거를 타다가 다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자전거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년 만기는 연 5.0%, 3년 만기는 연 5.5%의 금리를 주는 예금을 선보였다.

◆주식·펀드? 워낙 당한터라!

주가는 본격적인 상승 추세를 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좀처럼 위험 자산으로 달려들지 않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전달에 비해 1조6천634억원이 증가했으나 이달들어 19일까지는 4천457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고객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이나 주식을 판 뒤 찾아가지 않은 돈. 통상 고객예탁금의 증가는 주식 매입을 위한 대기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단기자금 운용처로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위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던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계속해서 돈이 빠지고 있다. 여기에서 흘러나온 돈의 일부는 주식시장이 아닌 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MMF 설정액은 지난 3월 16일 126조 6천24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개월째 자금유출이 이어지면서 100조원이 무너진 상태다.

대구시내 한 증권사 지점장은 "반토막 펀드를 경험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 섣불리 주식이나 펀드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완전한 바닥을 확인한 뒤 들어오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펀드에서 어느 정도 수익률 회복이 된 사람들은 3개월짜리 초단기 정기예금 등에 돈을 넣어놓고 향후를 관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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