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같은 국민가수가 꿈…국내최고 여성 록커 서문탁

입력 2009-08-22 07:00:00

'아이돌은 아닌 가수, 국내 최고의 여성 록커, 소년 같은 이미지, 터질듯한 가창력의 소유자, 혹시 트랜스젠더(?)'. 국민들이 가수 서문탁(31)을 생각하며 떠올리는 보편적인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지난 17일 3시간 30분 동안 서씨를 만나보니 의외의 면이 많이 보였다. '털털한 성격이지만 여성적인 상큼한 매력도 발산했고, 록커보다 조용필 같은 국민가수가 되고픈 꿈이 있었고, 네 딸 중 셋째로 공부도 아주 잘했다는 것. 데뷔 10년차이지만 아직 만 31세, 키가 170cm(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아닌 168cm, 발목이 가늘고 예쁘다는 것. 만나기 전에 그려본 이미지와 달랐는 건 대략 이랬다.

서씨는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만이 이미지로 남으니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며 "하지만 제가 일일이 다 해명할 기회도 없을 뿐더러 해명한들 오해가 잘 해소되지 않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냐'는 오해에 대해서도 "제가 목청이 워낙 큰데다 남성적인 성대와 주로 남자들에게 튀어나온 울대가 발달해 그런 얘기들이 확산된 측면이 있지만, 제가 뭘 더 해명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한 것도 사실 그런 이미지를 더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너무 솔직한 대답에 더 물을 게 없었다.

올해로 데뷔 만 10년째인 그는 짝수와 인연이 깊다. 가수활동과 일본유학 때문에 대학도 10년 만에 졸업했다. '10'이라는 숫자는 그렇게 보면 의미가 더해진다. 오는 10월 10일은 올해 한국에서 그의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 같다. 서울 홍익대 인근 음악클럽인 '롤링 홀'에서 그의 열성팬들과 함께 꾸며진다. 물론 그를 좋아하는 일반팬도 대환영이다. '4월 4일, 6월 6일, 8월 8일' 3번의 공연을 이미 성황리에 마쳤다. 공교롭게도 4번의 공연이 모두 월과 일이 같은 짝수날 토요일이다. 10월 10일 역시 토요일.

그는 다음달이면 미국 버클리 음대 합격여부가 결정된다. 합격하면 1월부터 바로 미국행이다. 그래서 올해가 그에겐 더 의미있는 해이고, 가수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였다. '서문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다재다능한 셋째 딸

그의 아버지는 목청이 우렁차 한 번 고함을 치면 주변이 '쩌렁쩌렁' 울린다. 어머니는 노래를 맛깔나게 잘 부른다. 그 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게 서문탁이다. 본명은 '이수진'. 큰 언니(38), 작은 언니(35)가 있고 막내 여동생(29)이 있다. 작은 언니 이미하씨는 올해부터 동생 서씨의 'M.TAK' 매니저 겸 홍보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노래와 춤에 관한 끼를 타고났다. TV나 음악회에서 가수들이 노래를 하면 혼자 앉아서 평을 하고, 이 대목은 이렇게 불러야한다고 조언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공부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학창시절 성적이 항상 선두 그룹에 속했음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복싱광이기도 하다. '여자가 무슨 복싱이냐'고 하겠지만, 운동과 다이어트에는 이만한 운동이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섀도우(그림자) 복싱자세'가 제대로 나왔다.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에 나오는 여성복서역의 힐러리 스웽크와도 닮은 이미지가 그려졌다.

체력도 좋다. 복싱, 요가, 헬스, 달리기 등 하루 4~5시간을 운동하면서 땀을 쫙 뺀 뒤 상쾌함을 느낄 정도이다. 타고난 체력이 아니고선 감당하기 힘든 운동량이다.

가리는 음식도 없다. 대다수 음식은 종류 불문, 맛나게 먹는다. 특별한 보양식이 필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 일본식 웰빙된장 '낫또', 싱싱한 계절과일 등이다. 그는 "과일이 너무 좋아"라고 애교섞인 말도 했다.

일본 유학파로 일본어를 곧잘 한다. 스페인어도 배우고 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만 2년을 일본 도쿄에서 공부하며 활동한 탓에 일본의 한류를 이끌 스타로도 손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이다. 그는 버클리 음대에 합격하면 미국 현지에서도 가수로서 활동할 계획이며, 중간중간에 한국에도 들어와 공연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서씨는 "결혼할 나이도 됐고, 결혼하면 아기도 많이 낳고 싶지만 일단은 제 일이 우선"이라며 "'서문탁'이라는 이름으로 우뚝 서려면 좋은 노래로 인정받고 사랑받는게 제 삶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10년차, 새로운 도전과 비약

서씨는 미국 유학행을 택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10년 가수생활에 대한 성찰과 재정비, 둘째는 미국에 진출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그는 "악기나 곡 작업 등에 대해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 기간 중에도 앨범을 통해 또 다른 히트곡도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 초에는 2년 만에 디지털 싱글앨범 '빅토리아(VICTORIA)'를 냈다. 발라드 곡 '너무 많은'과 록 장르의 노래 '빅토리아'를 수록해 팬들과 만나고 있는 것. 이후 대학축제, 열린음악회, 도전 1000곡,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 등에도 모습을 내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컬투의 정찬우씨 어머니와 자신의 어머니가 친한 사이라는 것도 살짝 귀띔해줬다.

서씨는 이 앨범에 직접 사인한 뒤 건네며 "수록곡이 많진 않지만 선곡하고 녹음하는 동안 6개월의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며 서울 마포구 대흥동 연습실 'SUN MUSIC STUDIO'에서 '너무 많은'의 한 소절을 멋들어지게 불러주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그에게 펼쳐질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다. 서씨는 7년 전 일본으로 갔을 때를 회상하며,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 사슬, 사미인곡 등 데뷔 후 3년 동안 히트곡을 통해 시쳇말로 잘 나가다 일본으로 간 후 다소 잊혀졌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인기를 잃는 것만큼 내적으론 더 성숙해졌으며, 이번 미국행 역시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든든한 후원자도 있다. 바로 팬클럽 '질러탁'이다. 20, 30대가 주류를 이루는 그의 팬클럽은 데뷔 초기부터 함께 해 온 의리 있는 가족 같은 존재들이다. 그는 "팬클럽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응원해주고 제 음악을 좋아해주니 힘이 절로 난다"며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나이가 더 들어서도 나의 영원한 '질러탁'으로 남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서문탁과 우문현답

-대구 서문시장을 아는지.

"그럼 알죠. 제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서문시장이 바로 뜹니다. 대구에서 서문탁구장도 본 기억도 나는걸요. 특히 대구에 공연가면 반응이 뜨거워 항상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습니다. 다음에도 공연하러 갈 거에요."

-'상'복은 있는 편인지.

"알면서 묻는거죠. 속된 말로 '지지리도' 상복이 없어요. 데뷔 10년차이지만 제대로 된 뮤지션 상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히트곡도 있고 여성 최고 록커라는 찬사까지 받는데 참 상복은…."

-히트곡이라는 감이 옵니까.

"네. 제가 쏙 마음에 들어하는 곡들은 대중들도 좋아하는 곡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너무 어려운 곡들은 아무리 좋아도 대중들이 소화하기 힘들죠."

-서문탁의 향후 이미지는.

"조용필 같은 국민가수가 되고 싶어요. 록이라는 음악장르의 마니아층 팬도 좋지만 재즈,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는 대중가수가 더 좋아요.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기도 하고요."

-요즘 아이돌 그룹에 대해.

"음악에 대한 진정한 이해보다는 너무 자극적이고 가벼운 측면이 많아요. 음악프로도 10대 위주로 편성되다보니 진정한 음악인들이 설 자리도 없구요.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좋은 곡을 들고나와야죠, 뭐."

-영향을 미친 뮤지션이 있다며.

"두루두루 다 영향을 받았지만 국내에선 조용필, 김종서, 강산에 등의 창법을 많이 보고 배우는 편입니다. 국외 인물로는 레드 제플린,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게리 무어 등을 좋아합니다. "

-남자친구는 있나요.

"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서문탁은? 1978년 전남 여수 출생. 서울 언주초교·은광여중·세종고·고려대 사회학과(97학번) 졸업. 일본 도쿄에서 2년간 어학연수 및 유학. 1999년 가수 데뷔. 히트곡 :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1999년), 각인(1999년), 사슬(2000년), 사미인곡(2001년), 가거라 사랑아(2007년) 너무 많은(2009년). EBS 청소년창작가요제 특별상(1995), 세종가요제 대상(1994), 주니어가요제 대상(1994)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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