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3박자 웃음꽃'

입력 2009-08-21 07:00:00

한우 점유율 증가+산지 소값 상승+사료값 인하

영주의 한 축산농이
영주의 한 축산농이 "소값이 안정세를 되찾았다"며 환한 표정으로 축사에 소 사료를 넣어주고 있다.

축산 농가 오랜만에 웃음 되찾았다.

한·미FTA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사료값 폭등에다 소값 하락 등 잇따른 악재로 붕괴 위기에 몰렸던 국내 축산농가들이 '쇠고기 시장 한우 점유율 증가' '산지 소값 상승' '사료값 인하' 등 1년여 만에 돌아온 3박자 호재로 모처럼 환한 웃음을 되찾고 있다.

이는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결정 이후 원산지 표시제 확대 시행과 한우생산 이력제 등 정부의 국내 축산업 보호대책에다 고품질 한우 생산과 사육단계 안정화 등 축산농들의 노력,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에 따른 소비자들의 한우 선호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 영주축협가축시장 한우 가격은 큰 수소가 마리당(500㎏기준) 525만원, 큰 암소가 420만원선에 거래돼 지난 1월 큰 수소 425만원, 큰 암소 370만원 보다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이 인상됐다. 또 수송아지가 272만원, 암송아지는 218만원선에 거래돼 지난 1월의 수송아지 180만원, 암송아지 155만원 보다 92만원, 63만원이 각각 올랐다.

산지 소값 상승은 축산물 유통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전국 축산물 도매시장의 한우 경락가격도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등급판정소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한우의 평균 경락가격은 1kg당 지난해 5월 1만3천200원 하던 것이 9월에는 1만3천700원, 올 4월 1만4천500원, 5월 1만4천700원, 8월 1만5천20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이와 함께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환율 폭등으로 인해 1~2년 사이 많게는 2배 가까이 올랐던 사료값이 올 들어 내림세를 보이면서 축산농가들의 시름을 덜고 있다. 농협사료도 이달 7일 배합사료 판매가격을 1㎏당 최고 33원, 평균 6.4% 인하했다. 올 들어서 벌써 네 번째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농협중앙회 안동배합사료공장에 따르면 비육용이 1㎏당 33원(7.84%) 내린 것을 비롯해 낙농용은 30원(6.5%), 양돈용은 10원(1.9%), 산란계용은 8원(1.8%), 기타 사료는 27원(4.17%) 인하했다.

올 들어 지난 2월 사료업계에선 가장 먼저 1㎏당 평균 25원 인하한 농협사료는 4월(1㎏당 15.2원)과 5월(1㎏당 25원)에도 선도적으로 값을 내렸다. 이에 따라 농협사료 가격(비육용 기준)은 이번 인하분까지 합하면 연초 대비 한 포대(25㎏ 기준)당 2천500원가량 내린 셈이 된다.

영주시 상망동에서 소 150두를 사육하고 있는 김대근(47)씨는 "한미 FTA로 폭락했던 산지 소값이 최근 2, 3개월 사이 마리당 100여만원이 올라 ㎏당 1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며 "사료값도 최근 1포당 1천원이 인하돼 소 사육환경이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어, 요즘 같으면 소를 사육할 만하다"고 웃었다.

축산농가들은 소값 오름세에 대해 "한우 이력추적제 실시로 소비자들의 믿음이 생기면서 우리 한우를 선호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사료값 인상 등으로 저가 사료가 공급되면서 성장속도가 늦어져 6개월 이상 출하가 늦어진 것도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우 사육두수 전국 1위(5만9천여두)인 경주지역의 축산농들도 최근 소값 상승과 사료값 하락으로 한숨을 돌렸다는 반응이다. 경주축협에 따르면 출하월령 28~30개월된 거세우 700㎏짜리가 700만원, 암소 600㎏짜리가 500만원대를 호가하는 등 1㎏당 1만원선을 회복했다.

이는 지난해 국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소값 하락 파동 이후 1마리당 100만원가량 오른 값이다. 여기다 사료값도 25㎏짜리 비육사료 1포가 1만730원으로 지난해 초보다 2천원가량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소값 안정세를 주도했다.

최삼호 경주축협 조합장은 "음식점 원산지표시제 확대 시행과 한우생산 이력제 등의 노력이 소값 상승을 주도했지만 송아지 값이 165만원 이하일때 30만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송아지 안정제가 소값파동을 진정시킨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료값이 여전히 높은 것이 흠이라는 지적이다. 전상대 한우협회 경주시지부장은 "사료값이 지난해 폭등 이전 수준인 7천500~8천원선에는 여전히 못미친다"며 "숨통이 트인 것은 맞지만, 이왕이면 1천원 정도 더 떨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재진 이채수 마경대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