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33]'아이고'가'아고'

입력 2009-08-19 14:52:23

나는 '이우와 기쿠'에서 한국어의 '입'이란 말이 일본어로는 '이우'로 '말하다'라는 뜻이 됐다고 하였다. 그러면 일본어로 '입'이란 뜻의 '구찌'(口)라는 말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이 말도 실은 훨씬 오래전에 도래한 고대 가야족의 언어였다. 가야라 해도 1,000여년의 역사를 지녔으니, 야요이(彌生)시대와 구석기 시대의 가야인의 차이는 그야말로 신라와 조선시대 정도의 갭이 생긴다.

최초에 일본에 도래한 고대 가야인들은 생활에 필요한 약간의 기초언어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언어들은 대개 물건의 모양이나 특징 같은 것들을 흉내낸 것이다. 예를 들면, '호호'하고 웃는 뺨의 모습을 보고 뺨 자체가 '호호'(頰)가 되고, '하나'는 '1'로서 코의 모양도 '1' 과 같으니, 코는 '하나'(鼻), 손끝으로 눈을 치켜 올리면서 무서운 표정을 짓고 '메에'한 것에서 '눈'은 '메'(目), 이마는 희기 때문에 '희다'고 해서 '히다이'(額), 숨을 '하'하고 내쉬기 때문에 보이는 '이'는 '하'(齒 ), 장난치면서 귀를 집아당기니, 아파서 '밍'한 것이 '귀'는 '미미'(耳), '입'은 늘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기다리기 때문에 '거지'같다해서 '구찌'(口), '목'은 '너도' 음식을 삼키는 통로니까, 같은 거지라고 해서 '노도'(喉), 손은 더러운 것을 만지니까 '더러워'가 '데'(手), 팔은 완력을 자랑하면서 힘주며 '어때'라고 해서 '우데'(腕), 목은 굽혀지니 '굽히'가 '구비'(首), '턱'은 한대 맞고 아프다고 '아고'한 데서 '아고'(顎), '무릎'은 굽혔다 폈다 잘 휘어지니까 '휘지'해서 '히지'(ひじ), '혀'는 말의 씨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씨다'가 '시다'(舌), '머리'는 색깔이 검으니까 '검다⇒감다'로 '가미'(髮).

이렇듯 기초적인 언어가 생기기 시작할 때는 원시 수렵시대로 종족간의 전투가 치열해 죽고 죽이는 그야말로 정글 사회였다. 따라서 고대의 전투는 상대편 남자들은 몽땅 죽이고 여자들을 전리품으로 삼는 것이 특징으로 적편의 여인들은 잡아다가 모조리 첩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한국말 '아내'는 언니를 뜻하는 '아네'(姉)가 되고, 그 여동생도 처로 삼아 '이모'라 한 말에서 여자동생을 뜻하는 '이모코'(妹)라는 말도 생겨난다. 이런 언어들의 형태를 보면 고대는 대단한 남성 우위사회였음을 알수 있다. '두려워 떨다'를 '오비에루'(おびえる)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비'(父)에서 파생된 말로 어비 즉 '아비=아버지'라는 말이다.

'오비에루'는 '어비미에루'(父見える) 즉 '아버지가 나타났다'고 하는 말이 줄어서 된 말로 고대 아버지들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려워서 떠는 것을 '오들오들'이라고 하는데, 일본어로는 '오도오도'(おどおど) 이고, '벌벌 떤다'의 '벌벌'은 '부르부르'(ぶるぶる)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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