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훈장, 55년 만에 찾아준 공무원

입력 2009-08-17 10:41:14

안동시 일직면사무소 서남희씨

"한국전쟁 당시 숱한 전투에 참가해 얻었던 상처를 가슴에 안고 돌아가신 부친의 한(恨)을 풀어 드리려는 자식들의 소원을 해결해 준 것 같아 가슴 뿌듯하네요.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한국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에 참가해 숱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돼 참전 유공자로 분류됐지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기록 잘못으로 자칫 사장될 뻔했던 '화랑무공훈장'의 주인을 찾아 55년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되돌려준 안동시 일직면사무소 서남희(33·사진)씨.

민원업무를 맡고 있던 서씨는 지난 7월 1일 10년 가까운 세월을 고인이 된 아버지의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 백방으로 발품을 팔아온 우성용(50·일직면 운산리)씨의 방문을 받았다.

우씨는 "아버지께서 생전에 '한국전쟁에서 숱한 공을 세우고도 훈장이나 제대로 된 보상조차 못 받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아버지께서는 한국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에 참가해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하고 육군통합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이후 함께 싸웠던 전우들이 훈장을 받은 소식을 들었다는 말씀도 있었다"고 했다. 이때부터 우씨는 아버지의 행적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애썼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날 면사무소를 찾아 서씨에게 애타는 심정을 털어놓은 것.

서씨는 우선 국방부와 육군본부 등에 훈장과 관련해 문의한 결과 우씨와 같은 주소지에 '우출이'라는 이름으로 화랑무공훈장 수여 대상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고인의 주민등록상 이름은 '우선출'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틀리게 기록돼 있어 이를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과 이웃을 통해 '우선출'씨가 집에서 '출이'로 통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한국전쟁에 참여하면서 집에서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군입대 관련 서류에 적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때부터 서씨는 사망자 인적사항이 담긴 '말소자 초본'과 '제적등본'에 기록된 군번과 육군본부 훈장 대상자의 군번이 같다는 사실을 밝혀내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제출, 55년 만에 사라질 뻔했던 화랑무공훈장을 가족들 품에 안겨준 것.

서씨가 찾아준 고 우선출씨의 화랑무공훈장은 11일 일직면사무소에서 김광림 국회의원과 유석우 안동시의회 의장, 권동섭 시의원을 비롯해 가족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260부대 일직면 대대장이 미망인 이재순(67)씨에게 전달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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