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세상]공지(公地)의 무법자

입력 2009-08-13 14:07:36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터줏대감처럼 노른자위 주차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차량 노점상을 보고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부분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면 3, 4대를 주차할 수 있는 화장실 앞 공간에는 어김없이 만물상 화물차량이 서 있다. 테이프와 CD를 판매하기 위해 귀를 찢을 듯한 소음으로 다가오는 노래를 틀어놓아 휴식의 공간을 스트레스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용객들이 무엇보다도 궁금해 하는 것은 휴게소 이용객들이 써야 할 공간을 상업용 화물차량이 종일을 넘어 연중, 더 나아가 수년간 차지하고 있는데도 해당 휴게소나 한국도로공사 등 관련 기관에서는 고속도로휴게소마다 '불법'탈법의 온상 휴게소 노점상의 물품! 최대 피해자는 바로 고객입니다'라고 쓰인 빨간색 표지판을 붙여 놓은 것 말고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공지(公地)에서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불'탈법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을 쫓아내지 않고 이용객들에게 "이용하지 말라"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만 하고 있는 것은 "우리는 모르겠으니 너희들이 골탕을 먹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돌심보가 아닌가.

매주 토'일 등 주말 대구시민들이 많이 찾는 가산산성 입구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노른자위 주차장에 어묵 등 각종 음식을 파는 화물차량이 연중 두 대나 버티고 서 무려 차량 6대를 세울 공간을 잠식하고 있다. 등산객들이 차지해야 할 공간을 이들에게 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등산객들은 주차를 하기 위해 10~20분을 기다리거나 한참 먼 거리에 주차한 뒤 등산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주차장 내에 경북도팔공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가산산성지구 팔공산탐방지원센터 사무소가 있는데도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혹시나 이들 상인들과 관계기관 간에 무슨 유착이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갖기 마련이다. 실제 인터넷상에서는 이 같은 공공주차장의 노점상 문제에 대해 "그렇지 않으면 철거 못할 게 뭐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홍삼'파인애플'바나나'차량부속품 등을 파는 사람들까지 기습적으로 출현해 시식이나 시범사용을 강권하는 바람에 여행 중 휴식 기분을 확 잡치기가 다반사라는 게 이용객들의 불만이다.

따라서 관련 기관들은 공공주차장 부지의 편법 활용에 따른 대응책을 세워 공지(公地)를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것이 지금 정부와 지자체가 부르짖고 있는 주민편익 행정이고 공공 디자인의 하나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종사자들이 시민들로부터 불신받는 이유를 이런 고질병을 방치하고 있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시민들이 꼭 필요한 것은 해결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우리의 권한이 아니다"며 회피하고 있는 현장이다.

미국과 일본의 주요 도시는 인구밀도 만큼이나 자가 운전자가 많은데도 정책적으로나 공공디자인 요소 측면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이 같은 민원은 생각할 수도 없다.

휴게소는 고속도로의 안전운행과 공원의 쾌적한 이용을 위해 아주 중요한 부대시설이다. 이런 시설을 불법 점유하고 있는 상인들도 사회 전체 분위기가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스스로 질서를 지키는 양보가 필요하다. 내가 편안하면 누군가는 불편한 것이 세상의 이치다.

황 재 성

주간매일 취재부장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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