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은어집 만들어 직원에 배포
갈수록 진화하는 청소년 인터넷 은어
"엄마 우리 반 가영(가명)이 알지? 걘 '갈비'야."
"가영이가 많이 말랐니?"
"아니, '갈수록 비호감'이라고!"
박소정(41·대구 북구 태전동)씨는 중학교 1학년 딸과 대화하다 답답할 때가 많다.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 신조어를 자주 사용하고, 축약형 말이 기존 말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세대 간 언어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말을 짧게 줄여 말하는 축약어부터 영어, 일어, 인터넷 외계어까지 버무린 정체불명·국적불명인 신조어들이 난무하면서 기성세대는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다.
세대차는 대화가 아닌 인터넷 채팅이나 문자 등을 사용할 때 더욱 심각해진다. 조모(48·서구 평리동)씨는 "방학을 맞아 고모댁으로 놀러가 있는 아들과 일주일 동안 채팅을 하면서 거의 외계인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말끝마다 붙이는 '잇힝'이라는 말은 '기분이 좋다'는 표현이고, '오덕후'는 '마니아'를 의미하는 '오타구'의 변형, '메롱스럽다'는 '난감·어색·우울하다'는 표현으로 두루 사용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조씨는 "차라리 우리말 축약어는 한번 듣고 나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AC'는 '아는 척', 'IBM'은 '이미 버린 몸, 폐인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는데 영어로 압축된 단어는 영 친숙해지지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청소년들만의 은어가 갈수록 진화하자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아예 '인터넷 및 청소년 사용 은어 모음'을 만들어 전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학생들이 흔히 쓰는 은어부터 최신 인터넷 용어 등 320여개의 단어가 풀이돼 있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온라인 범죄가 늘어나면서 경찰의 활동 영역에서 사이버 공간이 무척 중요해졌다"며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뜻을 몰라 원활한 의사 소통이나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많아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자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자료집에는 '걸조=걸어다니는 조각상' '열폭=열등감 폭발' '옆그레이드=쓸데없는 기능을 추가시켜 돈을 올려받는 제품' '크리=결정적인, 치명적인' 등 긴 표현을 짧게 압축하는 센스가 돋보이는 단어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남을 비하하거나 욕설, 성행위를 뜻하는 은어들도 많다. 한 경찰관은 "300여개의 단어 중 '콩까다' '한코뜬다' 등 성행위를 뜻하는 표현이 셀 수 없이 많아 낯이 뜨거웠다"며 "아이들의 언어가 이렇게 오염돼 있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아이 키우기 겁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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