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민원 상반기 93% 껑충…"모르면 당한다"

입력 2009-08-11 15:49:11

펀드인줄 알았는데 해약하려니 "보험입니다" 환급금 쥐꼬리

이제야 조금 나아졌지만 올 상반기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펀드는 바닥을 헤어나지 못했고, 정책금리가 내려가면서 이자가 싸졌다는데 은행에서 빌린 돈 이자는 오히려 올라갔다.

펀드인줄 알고 가입했는데 지내고보니 난생 처음 들어본 보험이었고, 결국 엄청난 손해를 보고 해약을 해야했다.

올 들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지원장 오재극)에 들어온 민원도 올 상반기엔 지난해에 비해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무려 93%나 민원이 늘어났다.

또다시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될 터. 어떻게 해야 내 지갑을 더 단단하게 지킬 수 있을까?

◆이게 보험이었단 말이에요?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에서 처리한 민원 중 가장 많은 것이 생명보험사 관련이었다. 특히 변액보험 분쟁이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여파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변액보험 계약자들이 수익률을 묻거나 해약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상품내용이 보험가입시 설명들은 내용과 다르다며 민원 제기를 해온 것이다.

서모(26·대구 동구 효목동)씨는 생명보험회사 변액유니버셜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설계사가 가입후 2년 만 유지시 원금보장은 물론 높은 수익률이 나온다는 등 과장되게 설명했고 원금손실 가능성 등 위험성에 대하여는 설명을 안 했다"며 자신이 낸 보험료 43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과장된 설명이었으니 보험회사가 돈을 돌려줘야한다는 것.

하지만 금융감독원 대구지원 조사 결과, 보험청약 관련서류에 여러 설명문구가 기재됐고 서씨의 서명까지 있어 서씨의 민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모(31·대구 남구 대명동)씨 역시 생명보험사 변액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설계사로부터 "이 상품은 은행 펀드와 똑같다"는 안내를 받고 가입했으나 실제는 아니었다며 납입보험료(1천500만원) 환급을 요구했다. 안씨의 주장 역시 개연성은 있지만 안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 안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김모(38·경북 경산시)씨는 "보험설계사로부터 보험 가입시 적립식 펀드라는 설명을 듣고 가입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연금보험"이었다며 계약을 취소하고 낸 보험료(910만원)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김씨 사례는 결국 해당 보험설계사가 "적립식 펀드로 설명했다"는 얘기를 털어놓음으로써 금융감독원이 분쟁금액 일부를 돌려주도록 했다.

하지만 김씨가 받은 금액은 납입 보험료 910만원 중 130만원. 납입보험료(910만원)에서 해약환급금(650만원)을 빼고 난 금액인 260만원 중 절반만 인정받은 것이다. 불완전 판매가 확인됐지만 김씨는 자기가 낸 돈의 15% 정도만 겨우 건졌다.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은 이와 관련, "보험가입을 할 때 환급금, 보장내역 등 보험상품내용에 대해 보험설계사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해당 약관 및 상품설명서 등 관련자료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은행에서는?

금융감독원 대구지원 집계 결과, 은행에서는 "대출금리가 왜 이리 비싸냐"라는 항의가 가장 많았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내려갔고 이를 감안한다면 대출금리가 하락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은 "일반적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시 적용하는 금리(변동금리)는 CD유통수익률 등 시장기준금리에다 돈을 빌려가는 사람들의 신용상태, 담보유무, 담보종류, 거래기간, 거래기여도 등을 감안해 가산금리를 얹은 뒤 최종 대출금리를 산출하는 만큼, 금리결정 권한이 전적으로 금융회사에 속한다"며 "때문에 법정 최고이자율 범위내에 있는 경우 금리인하를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지원은 그러나 각 금융회사의 대출금리 운용정책에 시장 금리 동향이 합리적 수준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도를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많이 불거진 또 하나의 볼멘소리는 중도금대출 이자납입과 관련된 것이었다.

한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 분양자들은 건설사와 은행 중도금대출 무이자 조건(중도금대출 이자를 건설사가 부담)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건설 경기 침체가 닥치면서 이 건설사는 자금난으로 은행에 중도금대출 이자를 내지 못했고 은행은 분양자들에게 중도금대출의 이자를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분양자들은 분양계약 위반이라고 발끈했다. 건설사로부터 은행이 이자를 받아가야한다는 것.

그러나 법적으로 분양자들의 주장은 인정받지 못했다. 은행 중도금대출 무이자 조건은 건설사와 분양자 간의 합의로 건설사에서 이자를 부담하고 납부하기로 한 것일 뿐, 대출약정서상의 대출금 및 이자납입 주체는 분양자라는 것.

따라서 건설사가 이자를 못낼 경우, 은행은 대출약정서에 따라 분양자에게 이자를 청구한다고 대구지원은 설명했다.

오재극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장은 "은행 중도금대출 무이자 조건으로 아파트를 분양을 받고자 하는 경우, 건설사 광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은행과의 대출약정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말했다.

오 지원장은 또 "올 상반기 민원 집계를 통해 금융민원이 많은 회사에 대해서는 민원발생 예방대책을 수립·이행하도록 지도했다"며 "금융을 알지 못하면 또 다른 피해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만큼 금융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변액보험=고객이 납입한 보험료 중 보험회사 사업비(보험설계사 수당 등) 및 위험보험료(위험보장에 필요한 재원)를 공제한 일부를 모아 펀드(기금)를 구성한 뒤,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배분하여 주는 실적배당형 보험. 보험금이 자산운용 성과에 따라 변동하는 보험이다. 변액보험(Variable Life Insurance), 변액유니버설보험(Variable Universal Life Insurance), 변액연금(Variable Annuity) 등으로 나뉜다. 투자실적이 좋을 경우, 사망보험금과 환급금이 증가하나 투자실적이 나쁘면 환급금에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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