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경북 유치는 지역 관계자들이 '목에 다 넘어가던 떡을 뱉게 했다'고 할 정도로 각계의 끈질긴 노력과 고비마다 상황을 지역에 유리하게 만든 지혜와 단결의 산물이다.
이한구(대구 수성갑)·주호영(수성을) 한나라당 의원,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 양명모 대구시의회 유치 특위 위원장, 김종대 대구건강산업추진 공동위원장, 김법완 보건산업진흥원장 등은 법적·제도적 뒷받침에서부터, 완벽한 유치계획서 작성, 보건복지가족부를 비롯한 정부와 청와대를 넘나들며 정보와 분위기를 파악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애를 써 유치를 성공시킨 '일등 공신'들이다.
당초 특정 지역을 겨냥한 첨단의료복합단지특별법이 노무현 정부 때 그대로 통과됐다면 의료단지 대구 유치는 불가능했다. 이한구 의원은 당시 특별 법안을 다음 정부 때 지정하도록 보류시키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에 지정토록 만들었다. 또 대구가 강점을 가진 의료 기반이 반영되도록 법 개정을 주도했다. 한나라당 내 최고 경제통인 그는 정부 각 부처에 압력 아닌 논리적 설득을 통해 대구경북에 불리한 요소를 차단했고 고비 때마다 맥을 잘 짚는 판단력으로 의료단지 유치에 도움을 주었다. 이 의원은 또 복수지정 가능성이 제기되자 수십명의 정부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단독 유치를 끈질기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 유치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주호영 의원은 길을 텄다는 평가다. 대구 유치가 어려울 때마다 고비를 넘기게 했다는 것이다. 3개월 전 충북을 비롯한 다른 경쟁지역은 '정치적으로 평가하지 말라'며 후발 주자인 대구를 매도했다. 당시의 공격은 대구를 제외한 10여개 지자체의 일방적이고도 맹목적인 협공이었다. 이때 주 의원은 '정치적인 논리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정치성을 개입시키는 것'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이런 논리를 청와대에 제시하기도 했다.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동행한 주 의원은 의료복합단지가 대구에 와야 하는 6가지 이유를 적은 건의문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특히 16년째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꼴찌를 차지하고 있어 국가균형 발전 차원에서 대구에 와야 한다는 점과 그동안 대구경북이 너무 많이 희생돼 왔다는 논리로 정책 결정권자들을 설득시켰다.
양명모 위원장도 대구와 서울을 수도 없이 오가며 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올인했다. 지난해 10월 동료 의원 7명과 유치 특위를 조직하고 이후 국회와 정부를 찾아 지역이 의료단지 최적지임을 알렸다. 5월 대구시 보건의료 산업 육성 조례를 발의해 유치에 힘을 실었고, 6월엔 대구경북에 대한 타 시·도의 비방·음해에 맞서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14, 15일 서울에서 연 마지막 홍보전도 그가 진두지휘했다.
홍철 원장은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설계사와 기관 간 조율사 역을 훌륭히 해냈다. 대구경북 경제통합 작업과 경제자유구역 유치에서 터득한 노하우로 시도 간 조율부터 의료계를 포함한 관계 기관들을 참여시키고 분위기가 느슨해지면 관계 기관에 자극을 주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또 대경연 연구원 10여명을 동원, 6개월여간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유치계획서와 평가자료 작성을 지휘했다.
김종대 위원장은 전직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의 경험을 십분 발휘했다. 김 위원장은 대구경제 회생을 위해 2005년 일찌감치 의료건강산업을 핵심 전략산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 건강산업도시 구상을 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대구시가 건강산업추진기획단을 설치하고 메디바이오클러스터 조성, 첨단의료기기 육성, 고령친화산업 육성 등을 담은 건강산업도시 구상을 구체화해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의 토대를 쌓았다.
경북대 의대 교수출신인 김법완 원장은 복지부 내의 분위기를 파악, 소리나지 않게 정보를 전달하고 조언을 하며 지역 유치위 관계자들과의 가교 역할을 해낸 숨은 공신이다.
보건의료협의체인 대구보건의료협의회의 공도 절대적이다. 인주철 대구보건의료협의회장은 지역 보건의료계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홍보 모임도 만들어 정부 부처와 서울역 광장 등에서 대구의 강점 등을 적극 홍보했다. 또 의료기기, 신약개발 분산 선정 얘기가 나올 때도 청와대, 정부 부처 등에 '분산 불가' 탄원서를 올리는 등 앞장서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구본호 대구시약사회장은 생업을 접고 한달 이상 서울에서 살다시피 했다. 제약회사와의 협약체결을 통해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평점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다. 대구의 경우 첨단의료복합단지의 3개 축 중 종합병원 및 교육기관, 의료기기 등 두가지 분야의 기반은 전국에서 제일 낫지만 제약산업의 경우 대구가 가장 취약해 제약회사와의 MOU 체결을 통해 경쟁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
이 결과 구 회장은 37개 제약회사와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들은 한결같이 "정·관계, 의료계는 물론 출향인사들까지 합심단결해 노력했고, 김범일 시장·김관용 지사를 비롯한 시도 관계자, 대경연 실무진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유치를 할 수 있었다"며 공을 다른 기관 인사들에게 돌렸다.
이춘수·이호준·이상준·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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