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정' 서 돌연 '복수결정'…정치적 배려 한듯

입력 2009-08-11 09:50:19

내년 선거 앞두고 ...

대구경북이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전을 펴면서 가장 경계한 것이 복수선정이었다. 정부가 한 지역만 선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두 곳을 선정하고 나눠주기식 의료복합단지를 건설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신서혁신도시가 객관적 평가에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내세운 지역에 비해 앞선다고 자신한 대구경북은 단독 선정이 관건이라고 보고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위에 그친 셈이 됐다.

◆분리발주 안 한다던 정부

정부도 분리발주는 하지 않는다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정부가 기존에 조성된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두고 새롭게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나선 이유 자체가 '민간에 취약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집적화해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었기 때문. 그런데 5월을 넘기면서 이런 기조에 변화가 생기더니 지난 4일 4차 위원회 회의에서 '복수단지 선정'으로 방침을 선회했고 결국 10일 최종 회의에서 그대로 결정해버렸다.

◆내년 선거 의식했다는 평가 많아

이 때문에'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지역 민심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 신청 전부터 압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대구경북에 충북 오송이 추가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고 이는 현실이 됐다.

정부는 이런 해석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이에 대해 "오래전부터 민간위원 쪽에서 복수단지의 필요성이 제기돼 이를 위원회 회의에서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다. 한 지역만 선택했을 경우 안주할 수 있어 경쟁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 장관은 "사업 자체가 21세기 성장동력산업으로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천금의 기회"라며 "두 지자체가 이 기회를 살리도록 상생의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경쟁을 통한 사업효과 극대화가 복수단지 선정의 이유라는 것.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역의 반응이다. 평가단 평가에서 대구 신서혁신도시는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3개 도시는 B등급을 받았다. 그래서 위원회는 신서혁신도시를 가장 먼저 선정한 후 복수단지 조성시 나타날 수 있는 기대효과를 위해 강원 원주, 충북 오송, 경기 광교 등 3개 도시 가운데 점수가 높은 오송을 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의료 연구 개발기관과의 연계 및 공동연구개발 실적이 가장 높으며, 정주여건·자치단체 지원의지 및 국토균형발전 효과 등 평가 항목 전반에 걸쳐 높은 평가를 받은 곳이 대구여서 단독으로 결정될 수 있는데도 결국 정치적 변수가 고려된 셈이다.

◆부작용 최소화 위해 정부가 나서야

정부가 복수단지로 선정하는 바람에 나타날 부작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복투자 가능성이 제기되며 두 지역 중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기업들이 쏠릴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이창규 첨단의료복합단지조성사업단 과장은 "개발해야 할 의료기기 분야만 1천개가 넘을 정도로 신약과 의료기기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의견을 수렴해 충돌이 되지 않는 분야를 구분해 노력을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무총리실 복지여성정책관실 이상진 과장도 "향후 10년 이내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한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 첨단의료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 회의를 다시 열어 두 지역이 맡게 될 개발 분야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정부지원 예산, 지자체 분담 규모 등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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