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 제대로 치르겠나](上) 조직위 총제적 부실

입력 2009-08-10 08:54:00

탁상행정 공무원, 앉아서 '국비' 떨어지기만 기다려

'대구는 아직도 U대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2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구시청 부근에는 아직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조형물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준비상황에 허점을 드러내며 자칫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처럼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7년 대회 유치 당시,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맨손으로 이뤄낸 대회인만큼 철저한 준비로 대구를 전세계에 홍보하고 도시 이미지와 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걱정섞인 바람이 크다.

◆아마추어들만 모인 조직위

대회 조직위가 꾸려진 건 2007년 7월, 대회유치 3개월이 지나서였다. 당시 10명의 '2011 대회지원단'에서 출발한 조직위는 그해 9월 14일 창립총회를 갖고 30여명으로 사무처를 구성했다. 대회가 가까워지면서 올해 50여명이 추가돼 현재는 86명이 대회준비를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인원만 늘었지 그 면면을 보면 과연 조직위가 국내 최초로 치러지는 '육상'이라는 단일 종목의 대회를 치르기 위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86명의 조직위 직원 중 공무원이 69명으로 80%를 차지하고 여기에는 대구시 소속 공무원이 61명, 나머지 8명은 중앙부처를 포함한 국가기관에서 파견된 인사들이다. 더욱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뽑은 17명의 계약직 경우도 정작 공공기관에서 파견된 직원이 8명이나 된다. 한 관계자는 "주요 보직을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앉아 조직위에 실무경험을 갖춘 외부인사가 끼어들 틈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직위는 연말 또는 내년 초에 150~200명 정도로 조직을 확대해 대회에 차질이 없도록 세부적인 사항까지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상당수는 또 다시 행정관료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조직위 최삼룡 기획조정실장은 "공무원 비중이 많은 것은 국비든 시비든 소요경비가 대부분 정부·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치러져 이에 대한 관리와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은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해 대회 성공개최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행정관료 중심으로 조직위가 구성되자 지역 체육계를 중심으로 비효율적인 공무원조직 구조가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대회를 치러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한 체육계 관계자는 "예산이나 숙박, 교통 등 대회 인프라 구축이나 편의시설 등은 공공적인 요소가 큰만큼 공무원이 맡더라도 대회운영 등 대회진행관련 부문은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직위에는 현장에서 육상을 접해왔던 육상 관련 교수, 교사 등은 실무진에 한 명도 없다. 이수천 대구경북체육교수회장은 "정부 부처나 대구시 공무원들로만 조직위를 구성하지 말고 관련 분야의 인재풀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현재 조직위는 외부인사의 진입을 막는 폐쇄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역 체육관련 인사들은 지난 6월 조해녕 전 시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가진 면담자리에서 이같은 조직위의 인적 구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경기운영 분야는 대회 운영의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기술임원 및 심판 육성 계획을 수립,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조직위의 경기운영팀장은 공석으로 비어있고 경기운영 팀 역시 현장 전문가는 배치되지 않았다.

◆대회는 다가오는데 느긋한 조직위

2014년 인천 아시아게임, 2012년 여수엑스포, 2010년 광주 국제자동차경주대회 등 국내에서 굵직한 국제대회가 연이어 열려 2011 대구대회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국비확보도 관건이다.

2011 대구 대회를 치르는데 필요한 예산은 2천227억원. 조직위는 대회시설확충에 708억원, 대회운영에 1천519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중 39%인 878억원은 국비로 채울 예정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국비의 경우 한꺼번에 내려오는게 아니고, 매년 투자계획에 따라 시나 조직위가 요구한 금액을 정부차원에서 검토해 국무회의 의결로 집행된다"고 했다.

문제는 2011 대구 대회 경우 대구스타디움 등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해 대부분의 예산이 대회운영부분에 쓰이는데다 국비 경우 운영비 지원 규정이 없어 조직위가 요구하는만큼 그대로 반영될지 불투명한 점이다. 시설비 등은 국제대회 국비보조 비율(30% 내외)이 법률로 정해진 반면 운영비는 규정이 없어 이를 받아내려면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예산지원근거를 마련,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위는 박종근 국회국제경기대회지원특위 위원장과 지역출신 대통령이 지역대회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지연(地緣)에만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회 주변에서는 "조직위가 중앙부처가 아닌 국회 국제경기대회지원특별위원회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1년 대구대회 조직위는 다른 지역의 조직위와는 달리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전혀 뛰어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 정부부처 주변에서는 "조직위가 현 정부의 기반이 대구경북이라는 인식하에 지연에 의존하는 측면이 많고, 더욱이 박종근 국회 국제경기지원특위원장만 바라보는 등 정치적인 지원에 너무 무게를 두고 있지 않냐"는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 의원 조차 "조직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 없이 시키는 것만 하는 전형적 관료의 모습만 보여 아쉽다"고 지적했다. 조직위의 조직개편과 인사쇄신이 필요한 시점임에 틀림없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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