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수출업체 다시 먹구름
올 3월 초까지만해도 1달러값은 1천600원대 코앞까지 갔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1천200원대까지 내려왔다.
높은 환율로 수익성 개선효과를 누려왔던 기업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외국으로 1달러짜리 물건을 팔아 국내에서 원화로 바꿀 경우, 얻는 이익이 불과 다섯 달 사이에 300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뚝뚝뚝, 환율 떨어지는 소리
지난해 가을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자 원/달러 환율은 1천500원을 넘어섰고 고환율은 3월까지 무려 6개월 이상 이어졌다.
원/엔 환율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11월 100엔당 1천580원대까지 올라갔던 엔화 가치는 최근 1천280원대까지 내려갔다.
기업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원/달러 환율의 경우, 조만간 1천10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산업은행 산하 산은경제연구소는 7일 '세계경제 회복 기대감 고조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연내로 1천15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소는 원/달러 평균 환율 전망치를 올 3분기 1천220원, 4분기 1천150원으로 예측했다. 이 두 수치를 종합한 하반기 전체 평균은 1천180원이다.
연구소는 또 유로/달러 환율은 하반기 평균 1천425달러, 달러/엔은 96엔, 원/엔 환율은 100엔당 1천235원으로 내다봤다.
대구은행도 향후 6개월 동안 원/달러 환율이 1천150원까지 내려올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 왜 떨어지나?
올해 상반기 무역흑자는 216억달러였다. 사상최고치였다. 결국 나가는 달러보다 들어오는 달러가 더 많다 보니 달러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에 외화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불식되면서 원화를 일방적으로 팔아치우던 모습도 사라졌다. 역시 원화 가치 상승을 불러온 요인이다.
최근 맹렬하게 우리 주식을 사모으고 있는 외국인들의 투자 행태도 달러 유입을 키우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 주식순매수 규모는 16조원에 이르며 지난달에는 월별 사상최대치인 6조원에 달했다.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를 통한 재정거래도 커지고 있다. 올해 7월 말까지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22조원에 달했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 가치를 다시 높이고 있는 것이다.
대구은행 국제금융부 이응주 대리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하향 곡선을 나타낼 것"이라며 "하지만 1천100원대는 유지할 것이며 그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경제의 더블 딥 진입, 동유럽 위기 재발 등의 가능성이 완전히 불식된 상황이 아니어서 이들 위험요인이 가시화하면 환율 하락속도가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산알 튕기기에 바쁜 기업들
기업들도 환율 하락 속도가 예상 밖으로 빠르자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하반기 평균환율을 1천200원대 중반으로 예측했던 수출기업들 중에는 1천100원대 환율이 눈앞에 다가오자 경영계획을 일부 수정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 비중이 90% 정도를 차지하는 왜관공단의 색채선별기 업체 한 간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익성이 좋았으나 최근 들어 1천200원대를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조금 떨어졌다. 국내에서 철강 원재료를 더 싸게 구입하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걱정이 많다"고 했다.
수출과 수입의 비중이 비슷한 성서공단의 한 공구제작업체 임원은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지만 수입을 해오는 공구강과 화학약품 등 원재료 가격이 떨어져 상쇄되고 있다. 급격한 변동이 없었으면 한다. 기업들로서는 1천200원대에서 안정되는 것이 계획 경영을 하는 데 좋다"고 했다.
수출 비중이 60% 정도인 성서공단의 한 기계부품업체 임원은 "그동안 고환율 덕에 채산성이 좋았으나 최근 들어 환율이 떨어지면서 환차익이 줄었다. 더 떨어지면 수출하면서도 이익은 남지 않는 상황이 닥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폴리에스테르 등을 미주 시장으로 수출하는 한 섬유업체 사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세계적인 수요 부족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어느 정도 영업수익을 냈으나 최근 들어 비수기에다 환율마저 떨어져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수출 의존도가 심한 한국 경제의 특성상 환율 급락은 경제 전체에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고 산업별로는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가전, 자동차, 정보통신, 석유화학 등 분야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 이상헌 과장은 "수출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정환율 수준을 1천253원으로 보고 있고 1천150원 선을 손익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당연히 채산성은 나빠지겠지만 수입자재 가격도 함께 떨어지게 되어 채산성 악화분을 어느 정도 상쇄하게 되는데 그 수준을 1천100원대 중후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천100원대가 기업들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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