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향, 그리고 '신토불이' … 경북의 와인 맛 보셨나요

입력 2009-08-08 07:00:00

'부드럽고도 달콤 쌉싸래한 와인' '몸에도 좋고, 맛과 향도 일품'

프랑스산도, 캐나다산도, 칠레산도 아니다. 순수 지역 특산이다. 포도뿐 아니라 사과, 자두, 석류, 감, 산머루까지 좋은 과일은 모두 숙성시켰다. 경북 특산이다.

물 좋은 경북에는 질 높은 과일도 많다. 자두는 김천이 국내 최대 생산지이고, 포도는 영천이 국내 재배면적 1위다. 사과는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큰 의성이 손꼽힌다. 산머루는 봉화 물야면의 것을 알아준다. 씨 없는 청도반시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웰빙시대를 타고 과실주(와인)가 유행이다. 독한 위스키나 브랜디, 소주보다 와인을 찾는 애호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독특한 맛과 향과 색깔, 미용효과 등으로 여성들도 사로잡고 있다. 경북에는 기술력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질 높은 과실주가 지역 특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들의 축하모임과 연인들의 데이트 자리에서부터 대통령 취임식 연회장, APEC 정상회담에도 지역의 과실주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100년이 넘은 터널에서, 전통 황토 옹기에서 숙성시킨 과실주들이 이젠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수출 길도 넓히고 있다.

지역특산 과실주의 세계를 맛본다.

◆김천 자두, '자두와인'

자두로 와인을? 국내 최대 자두생산지, 김천에 가면 '자두와인'이 있다. '자두사랑'(대표 정경재)은 김천대학 향토식품개발원이 주축이 된 학교기업이다. 10년 전 세계 최초로 자두와인을 개발했다. 자두는 시큼한 맛과 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와인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쉽지 않았지만, 향토식품개발원이 이를 극복한 것.

자두사랑(김천시 삼락동· 054-420-4155)이 내놓은 '자두와인'은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2종류가 있지만, 현재 레드와인만 시판하고 있다. 자두는 갱년기 여성이나 변비, 소화기 계통에 효력이 있는 과일이어서 자두와인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김천에서는 3천여 농가가 1천140ha 면적에서 연간 1만3천t의 자두를 생산하고 있는데, 전국 재배면적의 17.4%,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김천지역 4개 마을의 자두는 특히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두와인의 품질 높은 원료가 풍부한 셈이다.

◆봉화 산머루, '엠프리'

봉화 물야면에는 산머루가 유명하다. 산머루는 한국, 일본, 만주 등지 산야에서만 자생하는 넝쿨식물. 소백산 기슭 산머루작목반에서 생산된 산머루 상당수는 '(주)에덴의 동쪽'(대표 노종구)의 레드와인 '엠프리'(Empery)의 주원료가 된다. 그윽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에덴의 동쪽(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054-673-8422)은 머루를 발효 숙성시킨 100% 원액의 고급와인을 1998년부터 내놓고 있다. 숙성방식과 기간 때문에 대량생산이 쉽지 않지만, 초창기 연간 1만2천병 정도에서 최근에는 연간 2만~2만5천병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엠프리'는 2004년과 2008년 영국 런던의 소더비사가 발간하는 세계명주사전 '와인리포트'의 세계 100대 와인에 국내에선 유일하게 포함됐다. 아시아에서는 10종만 포함됐기 때문에 아시아 10대 명주의 하나인 셈이다.

산머루 열매와 뿌리는 보혈강장제로 효능이 높고, 심장병, 위염, 폐질환, 피부질환에 효능이 있는 한약재로 사용된다.

◆영천 포도, '뱅꼬레'와 '로얄캠벨' '호'

영천 포도재배 면적은 전국 1위다.

'(주)한국와인'(대표 하형태)과 '경북대 포도마을(주)'(대표 김재식)은 영천의 질 좋고 풍부한 포도를 원료로 한 대표적인 와인 생산업체다.

▷한국와인(영천시 금호읍 원기리·054-333-3010)

2006년 설립된 와인양조 전문회사. 2007년부터 '뱅꼬레'(Vin Coree) 와인 4종을 출시하고 있다. 하형태 대표가 짧은 기간 레드, 화이트, 로제, 아이스 등 4종류의 와인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마주앙'에서 20여년간 쌓은 기술력과 열정 때문이다. 뱅꼬레는 불어로 '한국 와인'이란 뜻. 뱅꼬레는 영천 금호의 적포도 품종인 머루포도(M.B.A)와 캠벨을 주원료로 한 정통 고급 와인이다. 특히 고당도 과즙으로 만든 아이스 와인은 독특한 맛과 향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와인은 지난해 6월 미국 현지 시음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미국 법인 '우리술'(Woorisool Inc)과 수출거래 약정을 체결, 미국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경북대 포도마을(영천시 대창면 운천리·054-331-1375)

경북대가 출자한 회사인 경북대 포도마을은 부드러운 와인 '로얄캠벨'을 2007년 내놓았다. 또 와인소주 '호'(好·ho)를 지난 6월 엑스코에서 열린 '제9회 대구국제식품산업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알코올 12˚인 로얄캠벨은 부드럽고 단맛이 좋은 캠벨을 주원료로 활용해 와인 초보자나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영천 금호와 화남 및 화북 지역에서 나는 M.B,A와 캠벨을 주원료로 한 '호'는 알코올 18˚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술'로 자랑하고 있다. 국제식품산업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경북대 포도마을은 학생 등을 상대로 포도주 담그기 실습 등 현장실습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의성 사과와 석류, '주지몽' '류몽'

의성 사과는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로 품질이 높다.

'(주)한국애플리즈'(대표 한임섭)는 의성 사과를 원료로 황토 옹기에서 숙성시킨 '주지몽(ZU JIMOG) 사과와인(apple wine)'을 1998년부터 내놓고 있다. 주지몽은 한자로 풀이해 '술로 가는 꿈'이란 뜻이다. 사과 고유의 향, 단맛과 신맛을 보존하면서도 숙성효과가 뛰어나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사과즙에 효모를 첨가했는데, 생리활성물질인 폴리페놀성분이 다량 함유돼 피부미용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한국애플리즈(의성군 단촌면 후평리·054-834-7800)는 2002년부터 석류를 원료로 한 '류몽(RUMONT) 석류와인(pomegranate wine)'도 출시하고 있다. 류몽은 '석류의 꿈'이다. 석류는 에스트로겐이 함유돼 피부미백, 주름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석류 특유의 붉은 빛을 담은 류몽 석류와인도 특히 여성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한국애플리즈는 사과과수원 구경 및 사진 촬영, 사과따기 체험, 애플파이 굽기, 와인 시음, 와인 담그기 등 '나만의 와인 만들기' 관광체험상품도 운용하고 있다.

◆청도반시, '감그린'

납작하고 씨가 없는 청도반시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청도반시는 감기와 피부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청도와인(주)'(대표 하상오)은 이 청도반시를 원료로 2003년 화이트 감와인 '감그린'(GAMGRIN)을 처음 출시했다. 감그린은 특히 떫은맛인 타닌이 풍부해 심장병, 뇌졸중, 치매예방효과가 뛰어나고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경축연회의 건배주로 사용됐고, 2005년 11월 부산 APEC 정상회담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도와인(청도군 풍각면 풍각농공단지·054-371-1100)은 1천300㎡ 규모에 1만ℓ짜리 발효·저장탱크 20개를 갖추고 있다. 특히 감그린은 일제강점기 경부선 철도용으로 뚫었다가 사용하지 않고 있는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의 남성현 터널에 10만 병가량을 자연상태로 숙성, 저장하고 있다. 이 와인터널은 온도와 습도가 일정해 숙성고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04년산 청도반시로 만든 감그린은 이미 품절됐고, 현재는 2005년산 청도반시 등으로 만든 3종의 감와인을 시판하고 있다. 청도반시로 만든 '감그린 레귤러'(Regular) '감그린 스페셜'(Special)과 감홍시로 만든 '감그린 아이스'(Ice) 등이다.

◆와인 명품화 강좌 붐

경북에는 '와인의 달인'을 배출하기 위한 교육과정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 농민사관학교는 지난해 '지역 와인 명품화과정'을 통해 와인제조의 달인 24명을 육성하는 등 경북지역 와인 명품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영천농업기술센터도 2007년부터 와인 양조장 운영을 원하는 농민들을 상대로 와인학교 '와이너리 CEO 양성반'을 통해 원료처리 공정부터 발효, 숙성, 여과 과정까지 와인 양조 전 과정에 걸친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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