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추억 우연한 인연까지 지난 여름 기억하리라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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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체육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박현애(대구 달성군 다사읍)
다음 주 글감은 '군인'입니다.
많은 사연 부탁 드립니다.
♥울릉도 식당서 만난 인연 13년째 이어져
해마다 7, 8월이 되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산으로 바다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곤 한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여름휴가 때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13년 전, 부부동반 모임에서 울릉도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동안 시부모님과 함께 살며 제대로 휴가 한번 떠나지 못했던 나는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그곳이 궁금하고 신기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포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에 도착했다. 배멀미 탓인지 속이 좀 울렁거렸지만 모든 게 신비롭고 그저 기쁘기만 했다. 때마침 울릉도에서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우선 숙소부터 정하고 짐을 푼 뒤 횟집에서 회도 먹고 축제 구경도 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해가 지며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고 모두들 숙소로 향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다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 잔, 두 잔 술은 취하고 졸음에 못 이겨 한 명, 두 명 잠자리에 들어갔다. 그때 나는 울릉도의 밤 바다를 보기 위해 숙소를 빠져나와 혼자서 바다를 거닐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숙소를 향했다. 새벽이라 식당의 불은 모두 꺼지고 한 집만이 반짝거리며 불을 밝히고 있었다. 식당 앞 어항에는 성게, 우럭, 광어, 오징어, 낙지 등이 있었다. 나는 밤송이 같은 성게가 너무 신기해서 어항 속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때였다. 식당 안에서 "들어오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식당 안에는 손님 여섯 명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서울에서 직장 동료와 함께 휴가를 왔다고 했다. 나와 그 사람들은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헤어졌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아름다웠던 울릉도를 뒤로하고 대구로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서 서울 사람이 찍어준 사진이 날아왔다. 무척 반가웠다. 서로 감사하다는 인사가 오갔고, 그 이후 그 사람과 나는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함께하는 영원한 친구가 되었다. 가끔 일이 있어 서울에 가게 되면 꼭 그 친구 집에 머무르곤 한다. 그때마다 좋은 곳을 소개해주고 나를 배려해주는 그 친구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제는 서로의 아이들도 다 성인이 되었으니 내년에는 13년 전 그때처럼 두 가족이 멋진 휴가를 함께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귀분(대구 중구 남산3동)
♥ 군 훈련중 익사직전 여교사 구해내
당시 육군 상사였던 나는 1박 2일의 휴가를 부대의 부사관 모두와 함께 떠났다. 실제의 명칭은 '여름 휴가'가 아닌 '하계 전투수영훈련'이었다. 수도권 인근 해수욕장에 도착한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많은 텐트를 피해 어느 외진 한 모퉁이에 분대용 군대 천막을 설치했다. 일행은 제각기 부여받은 임무에 따라 취사를 했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서 모여 앉아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흥겹게 노래 자랑까지 하였다. 정해진 규칙에 갇혀 지내던 우리는 자유를 맘껏 느끼며 즐거운 밤을 보냈다.
다음 날, 두 편으로 나누어 수구를 하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 시야에 한 사람이 연방 잠수를 하며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갔고 익사 직전에 그 사람을 구출해 낼 수 있었다.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라 구급차가 올 때까지 인공호흡으로 응급처치를 했었고 간신히 깨어나는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구출해냈던 사람은 인근 초교 여선생님이었다. 그녀는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며 몇 번씩이나 부대로 나를 찾아왔고 연말이면 약간의 위문품도 보내주었다.
여름 휴가를 생각하면 그때 여선생님의 모습이 또렷이 떠오른다. 지금쯤 중년의 여인으로 아름답게 살고 있겠지. 올여름도 힘과 용기를 재충전하는 계기로 여름 휴가를 떠나야겠다.
김완룡(대구 남구 대명2동)
♥함께 살았던 이웃 해수욕장서 재회
가족들은 매년 행사처럼 칠포 해수욕장으로 해수욕을 떠났다.
돈을 조금이라도 아낄 요량으로 김밥이며 음료수, 수박 등을 아이스박스에 넣어 가져갔다.
일단 밥부터 먹고 놀아야 할 것 같아서 무겁게 가지고 온 점심을 먹기 위해 파라솔 아래에 앉았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우리 쪽을 응시했고 나도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악수를 하면서 반가워했다. 약 7, 8년쯤 전에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동네 친구였다.
아이들이 3, 4세 때 공원에서 자전거 타면서 아이들 때문에 사귄 친구였는데 갑자기 이사를 가면서 헤어지게 되었고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그 친구가 이사를 가면서 아이들도 한동안 "엄마, 재현이네 집에 가자"면서 보채곤 했고, 나 또한 그 아파트 동 앞을 지나칠 때면 친구가 있을 것 같아서 쳐다보곤 했는데 긴 인연 속에서 이렇게 만났다. 아이들은 처음엔 서먹해 하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시 친구가 되었고, 아이들 아빠는 아빠끼리 맥주 한 캔을 부으면서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로 꽃을 피웠고, 친구와 나도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과 아이들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댔다.
잠시 꿈을 꾸는 듯했다. 그동안 보고 싶어 했던 친구를 같은 대구에 살고 있었으면서도 만나지 못했는데 이곳 칠포 해수욕장에서 만나다니! 같이 대구로 오는 길에 경주보문단지를 들러 저녁을 먹고 우리들은 서로 작별을 서운해 하면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지금은 친구가 좀 더 가까이 이사를 와 아이들 교육이며, 운동 등을 같이하면서 아이들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칠포 해수욕장은 나에게 또 다른 추억의 바다가 되었다.
이유정(대구 달서구 이곡동)
♥ 텐트 치는 방법 몰라 이불처럼 덮고 자
여름이 다가오면 누구나 기다려지는 게 여름 휴가일 것이다. 나 또한 기다려져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짠다. 친구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무작정 떠나는 우리들의 특별한 여름 휴가가 시작됐다.
휴가를 떠나는 것 중에 중요한 두 가지가 교통편과 숙박인데 경차를 소지한 친구가 운전을 할 수 있었고, 나한테는 텐트가 있어 큰 고민을 덜 수 있었다. 텐트치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 모두 설레는 표정들이었다.
대구에서 가깝고 물 좋은 곳이 청도라고 주위 사람들의 입소문만 듣고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출발했다. 꼬불꼬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무진장 힘이 들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에어컨을 켜지도 못한 채 차 안에서 각자 부채를 부쳐가며 올랐다. 잘못 들어선 길에 후진으로 빠져나오려다 바퀴가 골에 푹 빠져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설마 했는데 내려서 밀어보란다. 한 시간을 끙끙대며 밀었지만 도와주는 이 한 명 없었다. 시간이 좀 흐르자 트럭 한 대가 지나다가 운전하는 분이 우리 모습을 보고 안타까우셨는지 차를 세운 후 트럭과 우리 차에 끈을 달아서 당겨주셨다. 정말 쉽게 빠졌다. 어찌나 고맙던지 계곡물에 둥둥 띄워 먹으려 준비했던 수박 한 덩이를 감사한 마음에 드렸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가 되어서야 텐트를 칠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잡고 전등을 비춰가며 텐트를 펼쳤으나 설치 방법을 모르는 우리는 또 한 시간을 끙끙댔으나, 결국은 포기했다. 준비한 음식을 몽땅 내어 고기를 구워 먹고는,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설치하지 못한 텐트를 그냥 덮고 자기로 했다. 바닥은 돌 때문에 울퉁불퉁 배기고 계곡의 차가운 물 기운 때문에 추웠다. 그렇게 4명이 옹기종기 누워 야외 취침을 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고생스런 여행은 처음이었던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는 할 수 없는 추억으로 다가와 미소가 번진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몸이 모기한테 뜯겨서 자신의 몸을 긁기에 바빴다. 즉흥적인 여행은 설레어서 좋지만 여름 휴가는 단디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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