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자전거 도로·운동 시설…비슷하지만 특색 있네요!

입력 2009-08-08 07:00:00

서울, 대전, 청주 하천의 모습은?

무심천 둔치는 지전거도로와 도보용 도로를 색까로 확연히 구분했다.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무심천 둔치는 지전거도로와 도보용 도로를 색까로 확연히 구분했다.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중랑천 주변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주민들.
중랑천 주변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주민들.
대전 옥계교에서 바라본 대전천. 하천폭이 좁은 대신 둔치가 넓어 아기자기한 맛을 낸다.
대전 옥계교에서 바라본 대전천. 하천폭이 좁은 대신 둔치가 넓어 아기자기한 맛을 낸다.

대구의 자랑인 신천이 있듯 다른 도시에도 저마다의 지방하천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는 물이었기에 물을 다루는 사람은 농사에 주도권을 쥐었고, 권력자들은 물을 관리하기 위해 앞다퉈 나섰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천이라고 늘상 사랑받는 하천은 아니었다. 1970년대까지 깨끗한 물을 자랑하며 빨래터로, 아이들의 수영장으로 손색없었던 신천도 7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공업화의 강풍에 희생양이 되었다. 신천에서 멱감다가 피부병이 생긴다는 말이 생길 때쯤부터 검은 물빛에 악취까지 심해 집단 민원이 빈발하던 1990년대 초반까지.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신천은 가까이하기 싫은 곳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신천 인근의 집값이 대구에서 싼 곳으로 손꼽혔으랴.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천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는 아파트가 들어서 상전벽해를 실감케한다. 신천 물이 깨끗해졌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잉어와 청둥오리가 그 물맛을 즐기고, 백로도 찾아들고 있으니. 가창교부터 시작되는 상류 지점에는 수영장까지 생길 정도.

그렇다면 지금의 신천은 시민들의 이용에 과연 얼마나 부응하고 있을까. 대구 신천에 비견될 만한 혹은 그에 못하지만 타산지석으로 다른 지역의 지방하천을 둘러봤다. 청주가 자랑하는 무심천과 대전시민들의 안식처 대전천, 서울 중랑천을 엿봤다. 완벽해보이는 친구, 신천도 배울 점은 있었다.

◆청주의 쉼터, 무심천(송천교~제2운천교~흥덕대교~제1운천교~청주대교~서문교~남사교~모충대교~청남교~수영교~용평교~방서교~장평교)

지난달 29일 찾은 충북 청주 무심천은 충북선이 지나는 송천교에서 장평교까지 11km 남짓한 구간으로, 대구 신천과 길이가 비슷했다. 신천동로가 있듯 무심천에도 하상도로가 있다. 곳곳에 주차장을 두고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징검다리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반대편 둔치로 넘어가기도 쉬웠다. 하천 폭이 20m 남짓이었기에 가능했다. 다만 시민들이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는 공간과 도로 사이의 거리는 지척. 둔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상도로를 건너야했다. 이 때문에 약간의 위험부담도 뒤따를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도 하상도로의 규정속도는 어린이보호구역과 같은 시속 30km. 도로를 건너는 데 시민들이 큰 불편을 느끼거나 위협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평일이었지만 대구의 신천처럼 시민들의 발길은 멎을 줄 몰랐다. 오후 5시부터는 무심천을 찾는 발길은 확연히 늘어 자전거, 마라톤, 도보 등이 혼재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가장 눈길이 가는 곳도 둔치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였다. 실제로 무심천은 신천과 다른 모습이었다. 가장 다른 것은 둔치의 형태.

시민들은 하천 둔치로 진입하기 위해 계단이나 경사로를 이용한 뒤 곧바로 자전거 도로를 만나게 된다. (일부 도심 구간의 경우 하상도로를 건너야했다) 특이한 점은 우레탄 재질의 길을 내면서 자전거도로와 인도로 구분해뒀다는 것이었다. 붉은색은 자전거도로, 녹색은 인도로 색깔을 구분했다. 자전거도로라고 해서 무조건 속도를 내는 건 아니었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외곽으로 벗어난 뒤부터 가능했다. 특별한 규정은 없었지만 시민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무엇보다 무심천의 장점은 접근성. 교각과 교각 사이마다 적게는 3곳, 많게는 5곳까지 계단이 설치돼 있었다. 우리의 신천과 달리 눈에 띄는 것은 교각 초입부에 몰려있는 계단과 경사로가 아니라는 것. 무심천 인근 주민들은 어디에서 무심천으로 가든지 가까이에 있는 계단을 이용하면 무심천 둔치로 내려올 수 있었다. 또 신천과 달리 도심 일부 구간에는 자전거와 유모차, 전동휠체어가 내려올 수 있게끔 계단 옆에 경사로를 함께 설치해뒀다.

유모차를 끌며 산책을 즐기던 김미정(29·여·상당구 우암동)씨는 "시내 쪽으로 와야 계단과 같이 있는 경사로가 있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각종 편의시설이 몰려있어 발품을 팔 만하다"고 했다.

귀가 번쩍하는 것도 있었다. 무심천 둔치를 따라 일부 구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청주를 상징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을 틀어 운동하는 시민들의 무료함을 달래려는 듯했다.

이처럼 신천과 마찬가지로 무심천도 청주의 자랑거리. 청주시도 무심천에 크게 손댈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청주시청 관계자는 "무심천 개발은 사실상 2007년에 다 끝났다. 풀이 많이 자랐으면 베어달라는 요구를 들어주는 정도로 현재로서는 관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문화, 대전천(옥계교~가오교~석교~천석교~문창교~보문교~인창교~대흥교~중교~은행교~목척교~선화교~삼선교~현암교)

지난달 30일 대전의 지방하천인 대전천 취재를 위해 시작점으로 삼은 곳은 옥계교였다. 이곳부터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행자를 위한 우레탄이 설치돼 있기도 했기도 하고, 시민들의 발길도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레탄에는 옥계교를 기점으로 100m마다 거리 표시를 해두었다. 옥계교에서 현암교까지는 6km 남짓한 구간. 대구 신천에 비해 하천 폭이 좁지만 둔치가 넉넉했다. 상대적으로 넓은 둔치 덕분에 강변도로의 가로수가 둔치에 그늘을 줄 정도로 아기자기한 맛을 냈다. 일부 구간에서는 개선 공사가 한창이어서 진입이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

대전천의 자랑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각마다 넘실대는 먹을거리 문화. 대전천변에서 만난 김윤태(57·중구 문창동)씨는 "대전에는 갑천도 있고, 유동천도 있지만 대전천이 유독 사랑을 받는 이유는 먹을거리 문화를 이만큼 갖고 있는 곳이 여기 외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대전천은 마라톤 대회 코스로도 활용될 만큼 대전시민들에게 익숙한 곳. 하지만 대전천도 문제는 있었다. 옥계교에서 시작, 천석교까지 이어지던 자전거 전용도로가 문창교로 가는 중턱에 끊어져 자전거 이용객들이 그 자리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거의 매일 대전천변을 자전거를 타고 즐긴다는 김정필(46·동구 가오동)씨는 "문창교까지도 자전거로 갈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보문교를 조금 지나면 끊긴다"며 "차량과 사고 위험도 있어 거기까지 가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 정도까지만 와도 충분히 자전거를 즐길 정도는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대전시에서도 대전천의 대대적 개선을 위해 이미 첫 삽을 떴다. 목척교 인근 개선 공사에 들어갔다. 시는 또 지난달 13일부터 14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전천 교통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인근 중앙데파트, 홍명상가를 철거하고 하상도로 일부를 뜯어냈다.

◆서울 북부의 희망, 중랑천(성수대교~응봉교~군자교~장평교~장안교~이화교~월계1교~녹천교~창동교~노원교~양주교~가금교~암매교)

중랑천은 인근 주민들에게 희망이다. 강남과 강북의 차이를 메워줄 인프라가 들어설 가장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민들에겐 팍팍한 서울 도심속에서 그나마 여유를 찾고 운동을 할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이다.

3일 지하철 중앙선 중랑역에서 5분 가량 걸으니 중랑천을 만날 수 있었다. 첫 느낌은 '어! 신천이 더 낫네'. 사실 인근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중랑천은 개발이 거의 되지 못해 특별한 시설과 놀이문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보행로, 자전거도로, 운동시설 등은 타 도심하천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어떻게 이렇게 많은 낚시꾼들이 하천마다 진을 치고 낚시를 즐기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강과 함께 낚시와 취미로 이미 일상으로 다가와 버렸다.

개인택시를 한는 이곳 주민 이성준(63·중랑구 중화2동)씨는 "재개발, 한강개발 프로젝트 등에 힘입어 주민들에겐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며 "중랑천의 활용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하천주변에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정용석(35·동대문구 청량리동)씨도 "휴가도 못떠나는 형편에 이곳이라도 있어 다행"이라며 "더 잘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는 2012년에는 수변문화공간으로 변모한다. 서울시는 한강의 2대 지역하천인 중랑천과 안양천에서 한강까지 연결되는 뱃길을 열어 서울시내를 파리 센강, 베니스강과 같이 생활·문화·관광 등이 어우러진 수변도시로 본격 재탄생시키기 위한 '한강지천 뱃길조성계획'을 발표했기 때문. 집 앞에서 수상버스나 택시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출퇴근하는 시대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역하천의 뱃길 수위는 한강과 같게 해 막힘없이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중랑천은 잠정적으로 군자교까지 4.9㎞구간을 설정하되, 운항구간이 다소 짧으므로 설계과정에서 지역여건과 하천경관 등을 고려하여 상류 지역인 동대문구까지 연결, 추진할 계획이다.

송경섭 서울시 물관리국장은 "중랑천에 뱃길이 열리고 국제여객선 운항이 시작돼 아라뱃길을 통해 서해로 나아갈 수 있게 되면 지역 개발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며 "국제여객터미널, 선착장 조성 등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에도 탄력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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