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갤러리] 풀밭 위의 점심

입력 2009-08-08 07:00:00

풀밭 위의 점심

작가: 마네 (Edouard Manet: 1832∼1883)

제작연도: 1863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208×264.5cm

소재지: 오르세박물관(프랑스 파리)

모네(Monet)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프랑스 화가 마네는 흔히 인상주의 화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많은 미술서적에서도 그렇게 분류되고 있을 만큼 인상주의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화가이다. 사실 그는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그들의 정신적·예술적 지주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마네 자신이 평생을 통해 기대하였던 것은 아카데미즘의 공인이었으며, 비록 한 때는 인상파기법을 부분적으로 채용해 제작한 적도 있었으나, 인상주의 화가들과 동일시되는 것을 매우 꺼려 그들의 전람회에 참가하기를 거부하고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자 했다.

이 그림의 원제목은 '목욕'(Le Bain)으로 마네는 이 작품을 1863년의 살롱전에 출품했으나 거부되자 낙선자 전람회에 전시했는데, 전시 즉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다. 이 혁신적인 작품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지만 모두 열정적이었으며, 또한 대부분 비난 일색이었다. 그 이유는 내용과 조형기법 모두에 다 있었다.

관객들은 우선 공원의 숲 한복판에서 정장을 한 두 명의 남자 사이에 앉아 뻔뻔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누드의 여자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만약 이러한 장면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신화 속의 한 장면이었다면 적어도 '풍기문란'이라는 비난은 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 속의 인물들은 당시 유행하는 옷을 입고 있으며, 알 만한 사람은 알 수 있는 작가의 지인들일 정도로 현세적이다.

비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반 관객들이 내용을 문제 삼는데 반해 비평가들은 무엇보다도 마네의 새로운 기법을 비난하는데, 그 중에서도 '앵무새'(Perroquet)씨-아마 들라크루아(Delacroix)의 가명일 듯-의 비평이 우리의 흥미를 끈다.

마네에게 호의적이었던 그는 "마네는 이 세상의 모든 심사원들에게 거부당하기 위해 필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의 거친 채색은 강철 톱처럼 눈을 파고든다. 인물들은 어떠한 중간 톤도 없이 마치 판지를 오려 붙인 것처럼 묘사되었다. 그의 그림은 숙성되지 않은, 덜 익은 과일의 떫은맛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마네는 명암의 양 극단을 점진적으로 이어주는 중간 톤을 포기하고 있으며, 중간색과 입체감을 억제하면서 칼로 자른 듯한 분명한 묘사를 추구한다. 그는 전통적인 어두운 톤을 지양하고 빛과 황갈색·녹색·회색 및 검정색을 적절하게 결합시키고 있으며, 평면적인 색채로 묘사된 인물들은 숲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속에 녹아들고 있다.

'앵무새'씨가 말한 강철 톱 같은 채색, 오려 붙인 판자 같은 묘사, 즉 '떫은맛'에 더해 현실의 일상에서 가져온 모티프는 다음 세대의 화가들에게 그들이 지향할 예술적 좌표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혁신적인 여러 요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풍은 데생을 중시하고 고유색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고전주의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해 보인다.

결국 마네 자신이 원했건 아니건 간에 그는 인상주의의 선구자이자 고전미술과 현대성 사이에서 중개 역을 수행한 있는 천재적인 화가이지만, 결코 인상주의 화가라고는 할 수 없다.

권기준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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