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제주도에 대박이 터졌다. 이날 제주도에는 3만2천명이 몰려와 일일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바가지와 불친절로 외면당하던 제주도에 이처럼 사람이 몰리고 있는 것은 신종 플루와 동해안의 저온 현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올레'가 가장 큰 이유일 듯하다.
올레길을 만든 이는 23년간 기자 생활을 한 서명숙씨다. 그녀는 나이 50을 코앞에 두고 직장을 접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걷기 위해서다. 그곳에서 돌아와 그는 고향 제주도에 올레길을 만들었다. 2007년 가을 첫선을 보인 이후 평일에도 500명 정도가 이 길을 찾고 있다. 모두가 뭍 사람들이다. 그 바람에 제주도에는 비행기도 호텔도 펜션도 예약이 어렵다. 올레가 제주도를 살린 것이다.
경기도 안양에도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쓰레기로 넘쳐나던 안양 유원지를 세계적인 건축가와 조각가의 작품들로 가득 찬 예술공원으로 바꾸어 놓았다. 달서구 정도의 규모인 작은 도시에서 54명의 세계적인 작가작품을 끌어들인 것은 예산이 넘쳐서도, 유명 인물이 앞장서서도 아니다. 김성수란 열정적인 공무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스스로 공부해 길을 개척하고 전 세계 유명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도시의 꿈을 설명했고 기어코 그들의 작품을 안양으로 가져왔다. 2005년 이후 200만명이 예술공원을 찾았다.
사람의 힘이다.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들이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아이디어가 도시를 바꾸고 희망을 피워내고 있다. 대구라고 못하라는 법 없다. 제주도와 안양이 그러하듯 이 곳에도 '사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을 찾아내는 눈이 없고 그런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마음이 없을 뿐이다.
벌써부터 내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이런 저런 사람이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나름대로 출마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자기 검열부터 철저했으면 한다. 자신이 얼마나 지역을 위해 열정적인지, 지역을 변화시킬 아이디어는 있는지, 사람을 보는 눈은 정확한지, 시대를 읽는 머리는 있는지를 사전에 점검해 볼 것을 주문한다. '자리 욕심'보다는 자신을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이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다음 몸을 움직여도 늦지 않다.
대구는 어렵고 탈출구조차 찾기 힘들다. 그래서 모든 희망이 사람에게로 쏠리고 있다. 제대로 된 인물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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