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제각각이라고 하나, 굳이 대별하자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팍팍한 살림살이 속에서 그저 현재 내 삶을 전부로 알고 무탈하고 모나지 않게 사는 범부의 처세와 대쪽 같은 절개를 갖고 육신의 가난과 고통쯤은 초개처럼 여기는 선비의 처세이다.
후자의 처세 가운데 모범을 들라 하면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 내앞종택의 중시조인 靑溪(청계) 金璡(김진)이 떠오른다. 김진이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자녀들 교육이었다. 그의 4남이었던 鶴峯(학봉) 金誠一(김성일)이 쓴 아버지 행장을 보면 눈물겨운 부성애가 넘쳐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자녀가 모두 8남매였는데 모두 어린아이거나 강보에 싸여 있었다. 아버지는 온갖 고생을 다해 기르면서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한밤중에 양쪽으로 어린아이를 끌어안고 있을 때 아이가 젖을 찾아 울부짖으면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젖을 물려주었다."
이후 인근에 살던 퇴계 이황에게 다섯 아들을 보내 공부시키면서 김진은 조선에서 선비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행동강령을 늘 강조했다. 그것이 '寧須玉碎(영수옥쇄) 不宜瓦全(불의와전)' 즉 "차라리 부서지는 옥이 될지언정 구차하게 온전한 기왓장으로 남지 말라"였다. 그 엄한 교육 덕에 김진은 아들 다섯을 모두 과거에 급제시킬 수 있었다. 내앞종택이 五子登科宅(오자등과택)으로 불리는 연유다. 학봉이 경연장에서 임금에게 직언할 수 있었던 강직한 성품도 결국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부조리한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기백과 목숨을 내건 의리로 내앞종택은 금부도사가 세 번이나 체포영장을 들고 들이닥치는 수난(?)도 당했다. 범부의 눈으로 볼 때 어디 흉내인들 낼까. 그랬기 때문에 '선비'였고 기개와 절의를 잊지 않았기 때문에 500여 년 넘게 세인의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17일로 잡혔다. 그에게는 위장전입, 이중소득공제 의혹이 따라붙고 있다. 후보자 측에선 의혹들은 부풀려진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새삼 공직자 처세를 돌아보게 한다.
채근담에 이르길 '處世(처세)엔 不必邀功(불필요공)하며 無過(무과)면 便是功(변시공)'이라 했다. 세상 살아감에 꼭 공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허물이 없게끔 하는 일이 오히려 공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문기 교정부차장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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