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인들 'SSM 저지' 행동 나섰다

입력 2009-08-04 09:12:28

대구경북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골목 상인들이
대구경북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골목 상인들이 '궐기'하고 있다. 대기업이 소상공인들의 영역인 골목상권까지 싹쓸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대구지역 최대 규모 서점인 교보문고 앞. 대구지역 중소 서점 상인들로 구성된 대구서적조합의 일부 조합원은 대구시내 380여곳 중소 서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교보문고에 대해 사업조정 신청서를 내는 방안을 토의중이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 상권까지 비집고 들어오면서 전국적으로 골목 상인들이 '궐기'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골목 상인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갈등의 단초가 된 슈퍼마켓 상인들 뿐만 아니라 서점·주유소 등 거의 모든 업종의 중소상인들도 '행동'에 동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도 상대적 약자인 중소상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대기업과 중소상인들의 '상생'이 가능해질지 주목된다.

◆"우리도 좀 묵고 살자!"

대구지역 중소 서점 상인들로 구성된 대구서점조합의 일부 조합원은 대구시내 380여곳 중소 서점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서점에 대해 사업조정 신청을 내는 방안을 의논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대구지역 최대 규모 서점인 교보문고 매장내에서 참고서와 월간잡지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것.

대구 달서구에서 달성문고를 운영하는 김종철 전 대구서점조합 조합장은 "교보문고가 1997년 대구에 들어온 뒤 50년간 중앙로에서 운영되던 제일서적이 폐업한 것을 비롯해 대구서적과 본영당, 청운서림, 학원서림 등 20여곳의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대형서점인 교보문고는 한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단행본 등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어야지 중소 서점의 수익원인 참고서·잡지 판매까지 나섬으로써 중소서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함께 살자는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교보문고 매장내에서 참고서와 월간잡지 전량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사업조정신청을 내는 방안을 일부 조합원들과 토의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대구서점조합 이외에 대구 남구 봉덕동지역 슈퍼마켓·식육점·청과물점·생선전문점·화장품 판매점 등이 이 동네에서의 대기업 SSM 출점과 관련, 사업조정신청을 준비중이다.

이 동네에는 대기업의 SSM이 들어올 예정으로 있으며 이 SSM 반경 1km이내 소상공인 수백곳이 연대해 행동에 나설 것으로 중기협은 보고 있다.

◆전국이 들끓고 있다

대형소매점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가 지난달 중순 인천 지역에 매장 규모 1천㎡(300평) 안팎의 SSM을 개점하려 하자 중소상인 모임인 인천수퍼마켓협동조합이 "대기업이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에 사업조정 신청을 냈다.

청주·마산·안양·천안·부산 등지 중소상인들도 홈플러스와 롯데그룹, GS그룹이 운영하는 SSM을 상대로 잇따라 18건의 사업조정 신청을 정부에 냈다.

중소서점 연합인 '서울시서점조합'도 이달 중 서울 영등포에 8천250㎡(2천500평) 규모 서점을 열 계획인 교보문고를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을 냈다.

6일엔 주유소·제과점·안경점 등 30여개 소상공인 단체들이 모여 대기업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전국 협의회를 만들 방침이다.

소상공인들의 '집단 행동'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전국의 SSM은 지난 1998년 199개에서 지난해 477개로 10년간 140% 증가했고 이에 비해 면적 150㎡ 이하의 소규모 슈퍼마켓은 같은 기간 13만3천181개에서 8만8천659개로 33%나 감소했다.

또 SSM 사업 확장으로 중소영세 슈퍼마켓은 2001년 11만여개에서 올해 6월 현재 7만여개로 감소했고 전통시장의 매출은 40조원에서 26조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까?

정치권에서는 가장 큰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제한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번달 초까지 대기업의 시장확장을 견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4건이나 쏟아졌다. 지난해 한해동안 7건이 발의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대기업의 사업확장을 강제적으로 일시 정지시킬 수 있는 법안을 3일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시장확장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사업조정을 신청하면 중기청은 대기업에게 해당 사업 개시, 확장 등의 일시 정지를 의무적으로 권고해야 한다. 또 권고를 받은 대기업이 정당한 사유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벌칙도 강화하도록 했다.

이어 정무위원장인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시장점유율과 지역인구에 따라 대형소매점의 독과점 여부를 평가토록 하는 공정거래법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한편 유통 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랑스는 300㎡ 이상 대형소매점을 개점할 경우 소형 소매업자 대표가 참여하는 지역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독일도 도시건설법에 의해 1200㎡ 이상 매장은 정부 허가를 받도록 규제하고, 일본은 대형유통점을 설립할 때 지역주민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사업조정=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에 뛰어들어 큰 피해가 우려될 경우 정부가 대기업의 사업 진출을 90일~6개월까지 연기하거나 생산을 축소하도록 권고할 수 있는 제도다. 이해 당사자들이 중기중앙회에 신청하면 중기중앙회가 이를 조사, 중기청에 심의를 요청하고 중기청장이 결정을 내리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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