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극적 대처" 비난
도쿄 시나가와구 오이마치(品川區 大井町)에는 이토 히로부미의 무덤이 있다. 높은 담장 안에 어른키보다 높은 20개의 석등과 아름드리 나무로 둘러싸인 호화로운 분묘였다. 묘지 면적만 해도 3천640㎡(1천100평)에 달했다. 그곳을 둘러보면서 안중근 의사는 무덤조차 없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올해 의거 100주년, 내년 순국 100년을 맞지만 안 의사의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유해를 찾을 가능성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안 의사의 유해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 뤼순(旅順)감옥 뒷산이다. 사형집행일에 그곳에서 사람들이 삽질하는 것을 보았다는 형무소장 딸의 증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3, 4월 중국정부의 협조를 얻어 발굴작업에 나섰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다. 발굴이 실패로 끝나자마자 중국 건설업체가 대규모 아파트 공사를 벌여 그 자리에서는 더 이상 발굴이 불가능해졌다.
지난 4월 독립운동가 이회영(1867~1932)의 손자 이국성씨가 "안 의사 유해는 뤼순감옥에서 동남쪽으로 300m 떨어진 야산에 묻혀 있다"고 주장했다. 형무소 소장 딸의 매장 추정지와는 서북쪽으로 400m가량 떨어져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당분간 유해 발굴을 재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국가보훈처 기념사업과 관계자는 "발굴계획이 내년도 예산에 반영돼 있지 않아 새로운 자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유해발굴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발굴작업을 거의 마지막 시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정부가 유해 발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이런 사태를 맞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은 1970년대 유해 발굴에 나서기도 했지만, 정부는 계속 미루다 지난해 감옥 뒤편 야산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발굴작업에 나섰다. 안 의사의 육신은 영원히 먼 이국땅을 떠돌아야 하는가.
박병선기자
[안중근 의사 조카며느리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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