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가워진 2042년 4월 하순 금호강변, 최근 들어 유난히 짧아진 봄날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물 위를 떠서 달리는 1인승 제트크루저를 타고 강물을 가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싱그럽다. 5월이면 30℃를 웃도는 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터. 소설가 박대경(42)씨는 "지난 주 딸과 함께 낙동강을 따라 제트크루저를 타고 남해안까지 달렸다"고 자랑했다. 매일신문 '지령 3만호 특집 시리즈-아시안 하이웨이(AH)'에 객원기자로 참여한 박씨는 자못 흥분된 표정. 지난해 최연소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박씨는 세계적 유명인사답지 않게 어린 아이의 호기심으로 가득 했다. 노벨상을 안겨준 작품 '에덴의 선택'은 우울한 미래 '디스토피아'를 묘사했지만 그는 진정한 '유토피아'를 꿈 꾼다고 했다. 6개월 장기 시리즈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인류의 희망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전 10시, 금호강변 아시안 하이웨이 계류장을 나선 취재 차량은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도쿄를 출발한 아시안 하이웨이는 현해탄 해저 터널을 지나 부산에 도착하면 AH1과 AH6로 나뉜다. AH1은 대구-서울-평양-베이징-광저우-하노이-호치민-프놈펜-양곤-뉴델리-카불-테헤란-앙카라-이스탄불-불가리아 국경에 이르고, AH6는 국도 7호선을 따라 동해안을 달린 뒤 원산-블라디보스토크-하얼빈-이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모스크바-벨로루시 국경에 이르는 노선이다. 취재 경로는 AH1을 따라 아시아 남부를 관통한 뒤 돌아오는 길에 AH6를 따라 러시아를 가로지를 예정이다. 아시안 하이웨이 완전 개통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이번 시리즈에 함께 담는다.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차량은 당분간 연료 걱정은 없을 터. 서울까지는 벌써 수 년 전 지능형 고속도로로 바뀌었기 때문에 운전 걱정도 없다. 서울로 다가서자 풍경이 사뭇 바뀌었다. 첨단메디컬 도시의 성공으로 쾌적한 21세기 뉴타운의 대명사로 떠오른 대구와 달리 무분별한 공장 증설로 반짝 특수를 맞았던 수도권 일대는 자욱한 스모그가 뒤덮고 있다. 박대경씨는 "서울이 베이징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면적만 서울의 29배에 이르는 베이징은 서울 전체보다 넓어진 도심 공동화 때문에 20년 넘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수 민족 분규와 도농 갈등으로 인한 민란은 세계 최대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위협하고 있었다.
2015년 '극적'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던 남북 통일. 박대경씨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만 해도 남·북한 대표팀이 따로 등장했는데 정말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이뤄졌다"고 회고했다. 느슨한 형태의 국가연합에서 전체 총선과 대선으로 통해 단일 정부가 구성된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과거 북한의 경제발전은 눈부실 정도. 특히 아열대 기후 양상을 보이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은 쾌적한 기후와 청정 환경 때문에 각광받는 신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긴장감이 높았던 개성공단은 전세계 유망기업들이 앞다퉈 입주하려는 세계적 기업도시로 성장했다. 현재 유망 청정업체만 선별해 입주를 시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울러 2017년부터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도입되고, 몇해 전 동해의 독도인근 해저에서 캐낸 가스하이드레이트까지 상용화하면서 한국의 에너지 자립도는 한층 높아졌다.
다소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평양에 내려섰다. 행정수도를 평양으로 옮긴 지도 벌써 5년. 과거 수도 이전 때문에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었지만 이번 행정수도 이전에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했다. 외국 대사관이 빼곡한 거리 뒤편의 한식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말에 능숙한 외국인 웨이터가 메뉴를 물었다. 서빙을 맡은 벨기에 청년은 "유럽인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 됐다"며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택한 덕분에 일자리를 쉽게 얻었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뒤 주차장까지 가는 평양거리는 외국인들로 넘쳐났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박대경씨를 알아본 사람들이 사인을 해 달라며 곳곳에서 전자 북(book)을 펼쳐들었다.
오늘 묵을 곳은 신의주. 아직 지능형 도로가 구축되지 않은 탓에 이 곳에서는 직접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해야 한다. 박대경씨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경제거점 도시로 떠오르는 베트남 하노이를 빨리 보고싶다"고 했다. '아시안 하이웨이'의 본격적인 취재는 베이징을 시작으로 광저우를 거쳐 하노이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아시안 하이웨이는 한국산 수소연료자동차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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