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해문제 비켜가기 잇단 惡手
"독도에서 일본순시선을 자주 봅니까?" "지난 11개월 동안 독도에서 일본 순시선을 본 적은 없습니다." "나는 지난번 독도 올 때 여객선 안에서 일본순시선을 본 적이 있는데…."
독도에서는 일본 순시선을 볼 수 없다. 만일 이 시점에서 보았다면, 일본은 한국에 대해 무력으로 침범한 것이 되기 때문에 한·일 양국은 심각한 사태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울릉도에서 독도에 오면서 일본 순시선을 만났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그것은 영토침범이 아니란 말인가? 남한과 북한, 비무장지대를 두고 철조망 경계에 익숙한 일반인들이 독도를 둘러싼 영해 경계문제를 선뜻 이해하는 것은 다소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동해상 한·일 간의 바다 경계도 휴전선처럼 내리닫이 일직선으로 '쭈-욱' 그어져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것도 독도는 우리 영해 안에 포함된 상태로. 이를테면 과거 '이승만 라인'을 염두에 둔 경우가 많다.
일본은 독도를 유인도(有人島)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독도를 중심으로 한 12해리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영토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순시선은 절대 독도 12해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12해리 밖 '중간수역' '잠정수역'은 3, 4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동심원상으로 돌고 있다. 12해리를 떨어지면 맑은 날에도 육안으로는 선박을 알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객선 관광객들은 일본 순시선을 만날 수도 있다.
어떻게 된 전말일까? 우선 EEZ관련법과 신한일어업협상과의 상관관계를 살필 필요가 있다. 1994년 발효되어 200해리 영해를 규정한 '유엔해양법협약'은 이듬해 우리나라도 국회비준을 받아 본격 적용을 했다.
일본 역시 200해리를 선포하고, 동해 대부분 구간이 서로 중첩되는 가운데 특히 독도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한국은 독도문제를 피해갈 목적으로 "독도는 해양법협약 제121조 3항을 적용해야 하는 섬으로서 200해리 경제수역 기점이 될 수 없으므로 200해리 경제수역 선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섬이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해양법협약 제121조 3항은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 정부는 스스로 독도를 유인도로 인정하지 않고, 영해기점으로도 포기하는 발표를 했다.
빗발치는 항의 여론에 우리 정부는 1996년 1월 '동해상 200해리 영해 기점은 독도로부터 한다'고 수정했다. 결국 EEZ경계문제가 한·일 간의 이슈가 되고 영해문제 갈등이 심해지자, 1997년 3월 한·일 간 어업협정부터 우선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신한일어업협정은 끝내 독도를 '중간수역'(잠정수역) 또는 '이름 없는 수역'안에 남겨둔 채 '어업에만 협약의 효력을 한정한다'는 명시 아래 체결 발효하기에 이르렀다. 현행 신한일어업협정에서 우리가 잃은 것은 이것뿐일까?
'신한일어업협정'에 의하면 독도가 중간수역에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주장하는 독도와 울릉도의 '모자(母子)관계의 섬'이 국제법상 별개의 섬으로 취급받게 됐다. 따라서 울릉도의 영유권이 한국에 귀속돼 있으므로 울릉도의 속도인 독도의 영유권도 한국에 귀속된다는 이른바 '속도이론'에 의한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뿐이 아니다. '(협정은) 체약국의 입장을 해(害)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15조 조항이 있는데, 우리 정부는 독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해하지 않는 것으로 유리한 조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일본 측에서 보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못하면서도 독도의 영유권이 일본에 귀속된다는 일본의 입장을 묵인하는 것으로, 결국 일본에게 보다 유리한 규정이라는 것이 일부 법학자들의 판단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지금까지 관례에 비추어 볼 때 묵인, 승인, 금반언(禁反言)이 반복 응고(凝固)될 때 영토취득의 주요 원인이 된다.('헌재의 신한일어업협정 위헌 기각 비판' 김명기 교수 논문)
'꽃놀이패' 일본은 쓰기만 하면 손해 볼 것 없는 패(?) 독도. 우리는 신한일어업협정에서 패착을 했다. 독도문제, 대마(大馬)를 잡아 일거에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게 되었다. 동해에서 일본순시선이 거슬리면 지금부터라도 '반 집'씩이나마 착실히 챙길 일이다.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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