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상운동 희귀자료 25종 발굴

입력 2009-07-27 10:14:05

나랏빚 갚기에 티끌만한 보답이라도…

경남 창원 향교에서 구개보상운동에 동참을 권유하는 통문, 관련 마을의 인장이 찍혀 있으며 회문을 확인한 착서명도 보인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경남 창원 향교에서 구개보상운동에 동참을 권유하는 통문, 관련 마을의 인장이 찍혀 있으며 회문을 확인한 착서명도 보인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국채보상회장 심호택이 청송면장에게 각 동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협조를 구해달라며 보낸 국채보상 사통(私通) 및 취지서
국채보상회장 심호택이 청송면장에게 각 동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협조를 구해달라며 보낸 국채보상 사통(私通) 및 취지서

100여년 전 일제 강점기 국채보상운동의 전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자료 원본이 대거 발굴·공개됐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회장 김영호)는 27일 '국채보상회(기성회) 취지서', '국채보상 소손금책', '회문(回文)-국채보상회 집회통문'등 25종의 자료를 공개했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진 빚 1천300만원을 국민 성금으로 갚자는 '나라 빚 갚기운동'으로 1907년 대한매일신보 대구지사를 운영하던 김광제와 서상돈 선생의 발의로 시작됐다.

이들 자료는 기념사업회가 대구은행 등의 지원을 받아 입수한 것. 김성희 선생 등 전국 각계 24인 명의의 국채보상기성회 취지서와 경북 청송군의 대소 양인참여 권장문인 국채보상회 취지서가 있다. 대한매일신보에 게재된 국채보상운동 목적·방향·정관, 의연금 보조 명단 및 성금액을 담은 국채보상 금연금 보존성책과 영수증, 고령군의 금주 단연 취지서 등 국채보상운동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도 있다.

자료를 보면 국채보상운동이 빈부귀천, 지역을 떠나 전국적으로 열화와 같이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경북 청송·상주,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남 칠원·하동·창원, 제주 등 전국의 기성회 취지서와 회문이 발굴됐고 인씨(印氏) 종중 찬조금 영수증과 영주 유금리 주민 31명의 보은전 내역, 상주 외서면 출연임명 및 출연금 내역에서 보듯 도시와 시골, 문중을 가리지 않고 국채보상운동이 번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채보상기성회 취지서는 국채보상운동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전 국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조직됐으며 6개조의 세목으로 운영됐음을 드러낸다. 뒷면에는 한글로 적었고 모금처가 기록돼 있다. 국채보상금연금 보존성책은 금연을 조건으로 의연금을 보조한 사람들의 명단과 성금액을 기록한 것으로, 30명이 금 67냥을 냈다는 기록이 있다.

국채보상회 취지서는 청송군지역에서 1907년 작성된 것으로 당시 우리나라가 일제의 채무국으로서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군민들에게 설명하며 권유하는 내용이다.

청송·창원 등에 배포된 회문은 "국용(國用)이 모자라서 외국의 부채차관이 벌써 1천300만원이나 되는데 이것은 온 나라가 사느냐, 죽느냐 하는 일대 관건이다. 우리 고을은 비록 변방에 있지만 티끌만한 보답이라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의연금의 다과를 막론하고 서로 권고해 동참하자"고 적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국채보상운동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발굴·수집하고 일본외교사 자료실 등에 있어서 이관이 어려운 자료는 영인본으로 제작, 기념관에 전시하며 단체나 개인소장자의 기증이 있을 경우 기증자 명단을 각인·제작해 기념관에 영구보존할 계획이다.

김영호 기념사업회 회장은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인 대구 기념전시관에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발굴·수집해 기념관을 국채보상운동자료의 보고이자 정신교육센터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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