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名異人' 같은 이름에 헷갈린 인연과 오해
이름. 태어나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것. 부모나 집안 어른이 지어준 이름이다. 물론 마음에 들지않아 성인이 된 후 스스로 개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물려준 이름은 소중하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이름 때문에 울고 웃었던 일이 한번쯤은 있었을 터. 성과 이름까지 같은 타인이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인연의 매개가 된다. 특히 같은 지역에 살면서 한글 이름과 한자까지 같다면 더하다. 알려진 이름일수록 그 이름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되기도 하고, 때론 소중한 인연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같은 이름으로 인해 빚어진 재미있는 오해나 진실, 인연을 살펴본다.
◆오해와 진실
재선의 한나라당 김충환(55·서울 강동갑) 국회의원, 재선의 한나라당 소속 대구시의회 김충환(48) 부의장,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졌던 김충환(48)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은 이름이 같은 대표적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각각 봉화, 상주, 성주 등 경북이 고향이다. 모두 대구나 서울에서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다. 특히 김 부의장과 김 전 비서관은 기묘하게 공통점이 많다. 한글 이름뿐 아니라 한자까지 같은데다, 61년생 동갑내기이다. 또 김 부의장이 북구 장미아파트에 살 때 김 전 비서관은 수성구 장미아파트에 살았다.
김 전 비서관은 "수성구 장미아파트에 15년 동안 살았는데, 한 번은 김 부의장한테 장미아파트로 보낸 우편물이 잘못 배달돼 와서 반송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번은 고교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한참 통화를 하다 앞뒤가 맞지 않아 어색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 그렇게 친했는데 모른 척하느냐'고 섭섭해 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성광고 친구가 아니라 김 부의장의 대구공고 친구였던 것.
김 의원이 올 1월 설을 앞두고 지역구 등지에 멸치세트를 돌려 검찰에 고발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부의장은 주민들로부터 '나한테는 왜 멸치를 주지 않느냐'는 항변을 듣기도 했다.
작년 총선에서 김 전 비서관이 무소속으로 달서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이때 김 전 비서관은 '한나라당 시의원이 왜 무소속으로 출마했느냐'는 핀잔을 받았고, 김 부의장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북구를 떠나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05년 3월 김 의원이 재건축 관련 비리 혐의(무혐의로 결론)로 검찰 소환을 받을 당시 김 부의장과 김 전 비서관도 함께 곤욕을 당했다. 김 부의장은 "지역민으로부터 '소신껏 청렴하게 일하는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란 말을 들었고, 목욕탕에 갔을 때도 여러 명이 '별일 없느냐'고 물어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도 "친구들로부터 '큰일은 아니겠지' '괜찮으냐'는 등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김 의원이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했을 때, 김 부의장은 '임기 중인 대구시의원이 갑자기 서울로 가서 국회의원에 나섰는데, 몰염치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또 김 부의장과 김 전 비서관은 당적 때문에 많은 오해를 샀다.
2002년 지방선거 당시 김 부의장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북구 4선거구 시의원에 출마했고, 김 전 비서관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 수성구청장에 출마했다. 김 부의장은 "선거운동을 할 때 '한나라당 공천에 떨어진 뒤 다른 당의 공천을 받아 북구에서 수성구로 옮겨갔는데 어떻게 돕겠느냐'는 등의 얘기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다. 김 부의장은 가끔 서울에서 김 의원을 만난 적이 있다. 김 부의장과 김 전 비서관은 가끔 차를 한잔 하면서 '이름을 둘러싼 오해와 에피소드'를 주고받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한자 이름까지 같아
안동 출신 권영세(56) 대구시 행정부시장, 서울 출신 권영세(50) 한나라당 국회의원, 고령 출신 아동문학가인 권영세(60) 대구 수성초교 교장은 한자 이름이 모두 똑같다.
권 부시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북도 초급 사무관으로 근무할 때 주변으로부터 엉뚱한 축하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동료들이 "언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 행정고시에 이어 사법시험까지 합격했느냐. 정말 축하한다"고 했던 것. 그러나 알고 보니 당시 사시합격자 명단을 한문으로 발표했는데, 권 국회의원이 사시에 합격한 것을 권 부시장으로 잘못 알았던 것.
또 1995년 당시 청와대 총무수석으로부터 행정관 사령장을 받을 때도 권 국회의원으로 잘못 안 총무수석이 "그래, 자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의 사위이지. 내가 그분을 잘 알지"라고 해 어쩔 줄 몰라 했던 적도 있었다. 권 부시장은 요즘도 국회에 가면 의원회관의 보좌관, 비서관들이 알면서도 '의원님 오셨습니까. 바쁘시지요'라고 우스갯소리를 건넨다는 것. 권 부시장은 "대구에 와서 아동문학을 하는 수성초교 교장 선생님도 한번 만난 적이 있다. 한자 이름까지 같은 분이 잘 없는데…"라고 말했다.
◆인연의 끈
지역의 대표적 온라인게임 업체 KOG의 이종원(45) 대표이사와 화성산업(주) 이종원(37) 상무이사는 나이를 넘어 서로 가깝고도 닮은꼴 동명이인이다.
둘 다 대구 토박이인데다 지역 경제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이 대표는 경북대 수학과 졸업, 미국 조지 워싱턴대 박사, 이 상무는 경북대 불문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석사 출신이다. 이들은 이름 때문에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화성산업(주) 동아백화점 이인중 회장의 외동 아들인 이 상무는 "2004년 이종사촌 형의 소개로 형(이 대표)을 알게 됐는데, 지금은 한달에 1, 2번은 꼭 만나는 절친한 사이"라고 말했다.
◆에피소드
이름 때문에 실수하거나 폭소를 자아내는 경우도 있다.
성병휘(55) 대경대 교수와 직장인 성병휘(49) 부장은 6촌지간인데, 집안 모임에서 종종 만나면 어른들도 어떻게 불러야 할지 헷갈려 하고, 이름을 부를 때면 한꺼번에 대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직장인 A씨는 아내 최은영(39)씨와 자신의 대학 같은 과 후배이면서 같은 직장 후배이기도 한 최은영(36)씨 때문에 종종 당황스럽다. 동료들이 후배 이름을 부르면 항상 신경이 쓰이고, 본인도 아내에게 부를 때처럼 '쉽게' 후배 이름을 부를까봐 조심스럽다.
직장인 B씨도 고교 선배이자 직장 선배인 김병필(48)씨와 친동생 김병필(38)씨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집에서 동생에게 '병필아, 병필아'라고 하다, 직장 선배를 부를 때도 불쑥 비슷한 말투가 튀어나올 때가 있다는 것.
이름이 같은데다 하는 일마저 비슷하면 반드시 구분 짓는 별칭이 필요한 법. 대구 삼성 라이온즈의 젊은 피, 투수 김상수와 내야수 김상수를 구분하기 위해 팀 내에서는 '투(投)상수, 타(打)상수'로 구분해 부른다. 투수 김상수가 1988년생이고, 내야수 김상수가 1990년생이기 때문에 '큰상수, 작은상수'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에게도 에피소드가 있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일부 기자들이 신인 내야수 김상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투수 김상수의 방으로 들어갔던 것. 호텔 프론트에서 이름만 보고 들어가서 생긴 에피소드였다. 이 때문에 진땀을 뺀 취재진, 두 상수의 겸연쩍은 웃음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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