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가 말을 않고 잠자코 있으면 누가 한국인이고 몽골인인지 취재진도 모를걸요?" 좌중이 폭소를 터뜨렸다. 지난달 30일부터 닷새간 한·몽의원친선협회 초청으로 몽골을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담딘 뎀베렐 몽골 국회의장과 마주한 자리에서 던진 유머다. 결과는 어땠을까? 진중할 것 같던 박 전 대표의 유머는 상대방을 무장해제시켰다. 박 전 대표가 이어 "몽골 광산 개발에 한국이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담딘 뎀베렐 의장은 "몽골 광산 인프라 개발에 한국이 지지해달라"고 거꾸로 부탁까지 했다. '유머의 외교'가 낳은 결과다.
#2. 한 몽골 인사가 "옷 색깔이 모두 몽골이군요"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몽골에서 초록과 연둣빛의 투피스, 초록 바탕에 하얀 물방울 무늬의 원피스, 황토색 윗도리에 진한 진초록의 치마, 노란색 윗도리에 회색 바지를 입었다. 몽골을 대표하는 '초원'과 '사막'을 옷에 녹여 입는 방문국에 대한 배려였다. '패션 외교'라 할 수 있다.
외교는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한다. 각 국가의 대표자가 원하는 것을 얻되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다 줘선 안 되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전쟁이다. 박 전 대표가 늘 웃으며 면담장을 걸어 나온 이유는 '철저한 준비'에 있었다.
닷새간 동행 취재를 해보니 박 전 대표는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몽골의 우라늄 탐사, 원자력 및 광산 개발에 한국이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요청했고, 각 지도자들로부터 확약을 받아냈다. 지도자들만 만난 것이 아니다. 외교의 최일선에 있는 대사관 관계자, 교민들을 만나 "제일 어렵고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가장 먼저 물었다. 그들은 박 전 대표에게 애로 사항을 얘기하면서 해결이나 된 듯 힘을 냈다. '격려의 외교'다.
박 전 대표의 보좌관 이춘상씨는 기자와 동행한 차량 안에서 "(박) 의원님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셔서 솔직히 버거울 때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나라와 몽골의 비슷한 풍습, 전통, 문화, 언어, 속담 등을 꿰고 있었다. 그것을 응용하며 지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냈다. 외교라 하면 이쯤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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