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재산환원 약속 이행…'청계'는 대통령 아호

입력 2009-07-06 09:59:16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의 사회 환원을 처음 공언했던 것은 2007년 12월 대선 직전, 이른바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 무렵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을 전부 내놓겠다"며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선언은 당시 BBK 추문 등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같은 생각을 굳힌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5년 발간한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저의 작은 재산은 저만의 것은 아니다. 우리 근로자와 가족의 헌신, 우리 사회의 덕분이다. 제 성취를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6일 발표한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도 "살면서 진정한 기쁨을 준 것은 일과 삶을 통해 만난 분들과의 따뜻한 관계와 그것을 통한 보람과 성취였지 재산 그 자체는 아니었다"며 "오래 전부터 소중하게 사회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재산 환원 결심은 모친 채태원 여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새벽마다 늘 이웃과 저를 위해 기도하셨던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재단법인의 이름도 이 대통령의 아호를 딴 '청계'로 최종결정됐지만 당초에는 이 대통령의 모친(채태원)의 이름을 딴 '태원'(太元)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어머니는 많이 배우지 못하셨고 정말 가난했지만 늘 남을 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줘 지금도 저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계(淸溪)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에 앞서 지인이 지어준 아호다.

재단이 저소득층과 청소년 장학복지사업을 주된 사업으로 정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 성장한 이 대통령의 개인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널리 알려진대로 이 대통령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시장 행상,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쳤다.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가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정착에 기폭제가 될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정호 재단법인 설립 추진위원장은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돈이 없어서 공부를 포기하거나 가난을 대물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론에서 나온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실천이 절실하다. 이는 많은 재산과 권력, 그리고 명예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하이 서울 장학금'을 만들어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업을 돕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월급 전액을 저소득층 자녀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재산 환원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발표되지 않자 야당을 비롯해 일부에서는 이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이번 기부가 서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기부 방법과 사업 목적 등을 심사숙고했기 때문"이라며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청계의 운영에는 송 이사장을 비롯 김도연 울산대 총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류우익 서울대교수, 문애란 퍼블리시스웰콤 대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 유장희 이화여대 교수, 이상주·이재후 변호사, 이왕재 서울대 교수 등이 이사로 참여한다. 감사는 김창대 세일이엔씨 대표와 주정중 삼정컨설팅 회장이 맡는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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