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국민이 경쟁력

입력 2009-07-06 07:00:00

일전에 공직에 계신 분과 식사를 하면서 '국가의 경쟁력'이 화제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적인 자리였지만 내가 의사다 보니 자연히 의료 분야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의료 분야 중에서 과연 어떤 것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는지부터 시작되었고, 의료 기기나 약물의 개발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의료 서비스, 즉 병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의 구체적인 것들까지 얘기됐다. 그렇게 이런저런 주제들을 거론하다 보니 어느덧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에 화제가 미쳤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국가의 경쟁력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지금 우리 국민의 수가 줄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08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2명으로, 세계 193개국 중 가장 낮다. 어려운 통계 용어에서 잠시만 벗어나 보자. 한동안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유행한 적도 있지만 사실은 여성들이 제각기 두 명씩 낳더라도 인구는 줄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영'유아 시기의 사망 등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고, 아이를 안 낳는 여성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구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는 대체출산율의 기준은 여성 당 2.1명이다. 두 사람이 결혼했지만 조금은 여유 있게, 평균하여 둘은 더 낳아야 현상 유지가 된다는 이야기다. 1970년에 4.53명이던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이미 2003년에 1.19명으로 세계에서 꼴찌를 기록하였고, 줄어드는 속도는 세계에서 일등을 하였다.

인구학회에 따르면 이렇게 출산율이 1.2명으로 지속될 때 우리나라 인구는 2300년에는 31만명만 남게 되고, 2954년에는 멸종을 맞게 된다고 한다. 불길한 이야기는 더 있다. 인구는 한번 줄면 회복되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1.5명 이하로 떨어진 출산율이 회복된 사례가 아직까지는 없단다. 그렇지만 이러한 몇 백 년 후의 이야기들은 실제로 우리에게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이 줄면 도대체 물건은 누가 사고, 신문은 누가 받아 볼 것인가? 환자가 없는 의사와 의뢰인이 없는 변호사는 무엇을 할까? 학생이 줄면 학교는 문을 닫고, 교사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끔찍한 비유지만 전쟁이라도 터지는 날이면 과연 전투는 누가 할 것인가? 그러니 지금 무엇보다 급한 것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더 수월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부모의 부담이 아니라 기쁨이 되고, 세 자녀나 네 자녀가 가족의 자랑이 되게 하여야 한다.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일단 경쟁력을 가질 국민부터 확보해야 할 것 아닌가? 국민이 바로 우리의 경쟁력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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