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사태 … '조용한 대구' 이유는?

입력 2009-07-04 07:00:00

영세업체 많아 정규직도 최저임금 수준 월급…비정규직 적어

비정규직 대량 해고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대구는 유독 조용하다.

영세 중소기업이 많아 비정규직을 쓸 필요도 없고 쓰더라도 용역업체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일 오전 11시 50분쯤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점심시간이 되자 한 정밀기계 회사 입구에서 근로자 20여명이 쏟아져 나왔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이야기꽃을 피울 정도로 이들의 표정은 평온했다.

비정규직 보호법 미개정으로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눈물을 쏟는 다른 도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인근 패널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34·달서구 두류동)씨는 "성서공단 근로자들은 계약 만료 등으로 해고당한 이가 거의 없다"며 "모두 평소처럼 출근하고 있고 작업에도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성서공단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입주 기업 대부분이 영세 중소기업이어서 대규모 해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성서공단 기업들은 정규직이라 해도 시간당 최저 임금 수준의 월급만 주기 때문에 대기업처럼 인건비 절감을 위해 굳이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았다. 노조도 없어 해고도 비교적 자유롭다. 성서공단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성서공단 기업들은 근로자를 보통 3개월 인턴 과정을 거친 뒤 곧바로 정식직원으로 채용한다"며 "기업주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있는 터에 비정규직을 뽑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편법까지 동원해 법망을 교묘히 비켜가고 있어 정규직 전환문제로 직원을 해고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기업들이 계약직 근로자들을 고용한 뒤 2년을 채우지 않고 몇 달을 쉬게 하거나 서류만 간접 고용형태(용역)로 꾸며 법을 피한다. 비정규직 보호법상 2년간 근로의 연속성을 갖지 않을 때에는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업체 대표 이모(52)씨는 "10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고 비정규직법을 피하려고 일부러 직원들을 쉬게 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이곳에선 근로자 고용 후 1년 뒤엔 퇴직금을 줘야 하는 탓에 그 전에 계약직 사원들을 해고하는 것이 다반사다.

성서공단 한 파견업체 직원은 "기업주들이 해고 통지 등 귀찮은 일은 용역업체에 떠넘기고 비정규직 보호법을 적용받을 시점에는 다시 다른 인원을 채워달라고 요구한다"며 "꼭 필요한 기술이 있는 근로자들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일거리가 있을 때만 일을 시키는 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민노총 대경본부 박희은 비정규국장은 "유독 영세 사업장이 많은 대구의 경우 외주나 불법 파견 형태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어 항상 고용불안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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