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여비서는 화려하다. 국회 의원회관에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여비서는 미모도 빼어날 뿐 아니라 능력도 뛰어나다. 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의 의중을 잘 파악할 경우 '실세'가 되기도 한다.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때도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국회의원 여비서들의 생활속으로 들어가봤다.
◆국회의원 여비서가 되려면=국회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평범하다. 국회 홈페이지→의원광장→의원실통신으로 들어가면 여비서가 필요한 의원실의 모집 공고가 있다. '입법부 근무'라는 경력이 주는 메리트와 경제난에 따른 취업난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공개 채용을 통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과 친분 있는 인사들의 추천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부모님이나 친인척 등과 친분이 있는 경우 소개를 받아 면접을 보고 채용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나이와 경력은 제한이 없다. 국회와 관련된 어떤 법안이나 규정에도 나이·경력·학력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된 사항은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사무기기를 다룰 줄 알아야 편리하다. 때론 기자들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의원들은 가급적이면 활달하고 원만한 성격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다 눈치 빠르고 미모면 금상첨화다.
◆대우=여비서의 다수는 국가공무원 9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별정직으로 국회의원이 교체를 요구하거나 모시던 국회의원이 낙선할 경우 언제든지 국회를 떠나야 한다. 월급은 150만원 안팎이고 공식적으로 나오는 수당이나 보너스도 없다.
◆업무=주요 업무는 전화응대와 보좌진의 업무 보좌다. 긴급한 사안은 보좌관이나 국회의원과 바로 연결하지만 영문 모를(?) 민원성 전화는 알아서 응대하고 때로는 자신의 선에서 잘라야 한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여비서였던 김모씨는 대선 후보 경선 직전 이명박·박근혜 후보 측 지지자들로부터 후보 선정 룰이 공정하지 않다는 항의성 전화에 시달려 약물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일정 조율도 여비서들의 주요 업무이다. 따라서 기자들은 국회의원들과 급하게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여비서에게 일정을 물어 의원들의 동선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두 주요 업무가 익숙해지면 정책에도 관여한다. 토론회와 세미나를 개최할 경우 긴급하게 투입돼 데이터를 수집하는 한편 국정감사 때는 보좌진들과 손을 나눠 질의서를 준비하는 비서들도 적지 않다. 그야말로 만능이어야 한다.
◆대우는 낮지만 실세=9급 공무원이라고 이들을 가볍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의원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이 여비서이고, 자칫 밉보였다가는 의원에게 접근조차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여비서들은 또 의원의 훌륭한 조언자가 된다. 정치적으로 복잡할 때면 의외로 보좌관을 제치고 여비서와 상의하는 의원들도 있다.
최근 한 재선 의원은 새롭게 보좌관을 채용했는데 수십건의 이력서를 여비서와 같이 추려냈다고 한다. 4급 보좌관을 9급 여비서가 채용한(?) 셈이어서 그 보좌관은 한동안 여비서를 위해 차 심부름을 했다는 후문이다.
여비서들의 근무 경력과 능력에 따라 승진도 가능하다.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실의 유윤희씨의 경우 19년의 여의도생활을 하면서 두 계단 승진해 7급이 됐다.
◆의원과 함께=이들이 실세인 또 다른 이유는 국회의원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다. 의정생활 동안만 모시는 여비서도 상당하지만 그 이전부터 비서역을 했던 경우도 적지 않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실의 임현희씨(현재 5급 보좌관)는 1990년 이 의원이 코오롱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이한구 의원실의 윤난희씨도 대우경제연구소장 비서실부터 15년을 내리 모셨다. 17대 국회의원을 하다가 현재 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임인배 전 의원의 경우 국회 여비서로 손발을 맞춰왔던 이조영씨를 공사 비서실로 차출해 가기도 했다.
◆활동=여비서들은 여가 시간을 활용해 국회 내 각종 스포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지연·학연 간 모임도 개최한다. 국회사무처는 일주일에 3차례 강사를 초청해 요가반을 여는데 여비서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구경북 의원실과 동향 출신 여비서 20여명은 수년 전부터 모임을 결성해 '여비서 보리모임'을 별도로 구성해 활동한 바 있다.
◆우리도 여자예요=여비서들은 눈이 높다는 편견이 있다. 의원실을 들락거리는 사람이 정부 부처 공무원이나 산하기관, 대기업, 정보기관 관계자로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이 대부분. 이 때문에 여비서들의 눈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여비서들은 의외로 남자를 만날 기회와 시간이 적어 국회 내에서 배필을 찾는 경우가 많다. 4·5급인 보좌관이나 6급인 비서관이 그들이다. 특히 17대부터 4·5급 보좌진의 연령이 대폭 낮아지면서 총각 보좌관이 급증해 여비서와 결혼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여비서를 둘러싼 스캔들도 종종 생긴다. 16대 말 한 남자 비서관은 자신이 좋아하던 여비서가 교제를 거절하자 해당 의원실 인터넷 홈피에 이 여비서의 행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끝내 사직서를 내게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국회의원과의 염문설도 가끔 터져나온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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