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15% 경제학

입력 2009-07-01 10:45:05

늦긴 했지만 대구경북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에 힘입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경북 분원이 문을 열었다. 생기원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기업 밀집 지역에 분산 배치돼 기술 개발 및 지원을 담당하는 실용화 기술 전문연구기관이다.

조촐한 분원 개원 행사를 준비하면서 우리 지역의 경제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분원 사무실을 마련한 성서 공단을 중심으로 기업 부설 연구소가 있는 중소기업에 발송한 400여 초청장 중 60여 통이'수취인 불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반송되었다.

꽃다발 대신 보내온 따끔한 축하 선물은 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생기원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지난겨울 경제한파가 모질긴 했어도 부설 연구소가 있는 기업이라면 그래도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라 할 수 있는데 되돌아온 초청장이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지역의 어려운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불가항력적인 경제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기술 강소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 원천 산업기술 공급 및 지원 주체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나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한 기업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종합적인 처방을 통해 지원하는 시스템이 없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부 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신제품 개발이나 생산 효율화를 도모하려 하지만 첨단이 아니면 개발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 또한 4, 5개월이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2, 3개월 내에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기술개발 사업이 단발성으로 끝나면 사업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인 생산기술의 안정화, 고객의 수요에 따른 응용 개발 등 사업화를 위한 사후 기술 개발이나 시급한 현장 애로 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지금부터는 기업의 창업 단계에서부터 중견기업으로의 성장까지 유연성과 지속성을 갖는 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마련할 때이다.

성장 정체 및 고용 감소로 대변되는 우리 지역 경제의 진정한 성장동력은 고용을 창출할 건전한 중소 중견기업의 육성이다.

지역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연이어 개가를 올리고 있는 대형 국책사업의 유치는 분명 지역 경제의 신바람 바이러스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생존의 전장에 있는 중소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음을 기업도 사업 수행 주체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대형 사업을 확보한 것을 환호할 상황이 아니라 시작점에서부터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 육성이라는 기본 철학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실천 전략 수립에 골몰할 때이다.

사업 투자효율은 많은 신생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켜 지역에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창출했느냐이다.

투자효율을 주안점으로 보는 정부 입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줄 때 지속적인 투자를 담보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구조상 3년, 5년 뒤를 위한 기술 개발 계획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꿈과 같은 현실이라는 점이다. 우선 내일 품질 불량 없이 납품을 성공시켜야 하고, 품질 불량이 나면 내일 곧 해결해야 하는 절박함이 곧 기술개발 계획이기 때문이다.

내일의 생존을 담보하지 못하는 엄중한 현실에서 기술 공급 주체들이 할 일은 또 다른 15%가 나오지 않도록 기업이 원하는 적재적소의 기술 개발과 지원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축하 꽃다발이 아닌 반송된 초청장에 담긴 깊은 뜻은 지역 경제 핵심축인 중소기업 현장 가까이에서 늘 함께 고민하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본다.

이강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경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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