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전 '돌다리도 두드려라', 가게 개장후 '손님은 왕'

입력 2009-07-01 06:00:00

이가네 더덕밥 유건준 대표.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이가네 더덕밥 유건준 대표.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날마다 꿀갈비 권혁준 대표.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날마다 꿀갈비 권혁준 대표.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창업을 했다가 실패를 맛본 사람은 충격이 크다. 특히 생계를 목적으로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창업을 했다가 실패할 경우 낭패감과 좌절감은 더욱 크고 오래간다. 하지만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또다시 실패를 거울삼아 오뚝이처럼 일어서 재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실패를 거울삼아 철저한 준비로 성공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왕갈비 생고기전문점인 '날마다 꿀갈비'를 운영하는 권혁준(51)씨는 창업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1990년 초반부터 화장품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연간 1억5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잘나갔다. 하지만 2000년대 홈쇼핑이 각광을 받으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홈쇼핑으로 빠져나가자 화장품 회사가 장래성이 불투명하다며 대리점을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고 해 그만두게 됐다.

쉬면서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고 있던 터에 친구가 매운탕집을 동업하자고 제안해 식당을 하다 3개월 만에 접었다. 2007년 5월 가맹비 2천만원을 포함해 모두 1억7천여만원을 투자해 냉면 관련 프랜차이즈점을 냈다. 식당 문을 열고 처음에는 하루 평균 150만∼2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무더위가 물러간 8월 하순 이후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연말까지 하루 평균 10만∼20만원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완전 적자였다.

권씨는 종업원들을 다 내보내고 몇 개월을 버텨왔지만 매출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투자금 회수가 안 되는 것은 물론 부인과 불화도 자주 생겨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그해 12월 말 음식점을 접었다. 회사를 상대로 가맹비 반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는 "프랜차이즈점이라고 해서 너무 믿고 생산현장을 방문해 보지도 않고 가맹점 계약을 체결한 것과 한철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업종을 선택했던 것이 잘못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손해를 봐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 그해 12월 말 현재의 '날마다 꿀갈비'를 냈다. 그동안의 실패를 경험 삼아 프랜차이즈 계약에 앞서 공장을 방문해 직접 생산현장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등 철저하게 준비했다. 기존 매장에 있던 주방공간과 주방시설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어 재창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4천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날마다 꿀갈비' 프랜차이즈 본사 이태용 사장의 컨설팅을 성실히 수행했다. 자연친화적인 대나무 석쇠를 사용해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돼지왕갈비, 솔잎숙성왕갈비, 어성초왕갈비 등 새로운 메뉴를 항상 개발해 차별화를 했다.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에는 미국산 쇠고기 갈빗살 등을 메뉴로 내놓는 등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화를 시도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재창업 초창기 하루 평균 60만원 정도의 매출이 현재는 120만원 정도로 배 이상 늘어나 이 창업이 '구세주'라고 했다. 권씨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때에는 본사 영업사원의 달콤한 이야기만 듣지 말고 직접 본사를 방문해 생산현장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가맹점 계약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계약 이후에는 본사와의 신뢰 속에 컨설팅을 그때그때 성실히 수행하는 것은 물론 모든 종업원들에게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항상 친절한 서비스와 청결을 유지하도록 한 게 매출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메뉴 개발로 성공

대구 북구 연경동에서 '이가네 더덕집'을 운영하는 유건준(50)씨는 방문판매와 중화요리점, 고기유통업과 식육식당 등을 두루 전전하다가 7년 전 더덕 전문 요리식당을 내 웰빙 바람을 타고 성공한 케이스이다.

유씨는 정수기 등을 방문 판매하다가 재산을 완전히 털어먹었다. 이후 부인과 함께 대구역 부근 번개시장에 중화요리점을 내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중화요리를 배달했다. 장사는 잘 됐으나 하루 종일 일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 아내의 발톱이 빠지는 등 고생이 심해 1년 정도 하다 그만두었다.

이후 창업한 것이 식육점 창업.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1천만원을 떼였으나 강원도 횡성과 전남 담양 등 전국에서 이름난 우시장을 돌며 좋은 소를 골라 도살한 후 고기를 전국 곳곳의 큰 식당 등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판매했다. 장사는 그런 대로 됐으나 이 또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등 '치열한 전투'를 통해 거래처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고기 유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유씨는 식당을 겸업해야 커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해 현재의 연경동에 식육식당을 차렸다. 두 가지 영업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피로 누적과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2002년 반신 마비가 와 몇 개월간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고기유통업을 그만두고 식당에만 전념했다.

현재의 식당은 대구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다. 도로변에 있지도 않아 여러 가지 면에서 손님을 끌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음식 솜씨가 좋았던 부인과 함께 유씨는 전국의 유명한 음식점이라면 무조건 찾아가 맛을 보고 벤치마킹을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더덕요리 전문점이었다.

처음에는 더덕구이정식과 더덕찜 등 메뉴가 한정돼 있었으나 손님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메뉴 개발을 계속했다. 더덕무침정식과 더덕육회정식은 물론 더덕송이메로찜, 더덕황태찜, 더덕한방가물치구이, 더덕육회 등 더덕 관련 메뉴만 해도 15가지가 넘는다. 웰빙 바람을 타고 몇 년 전부터 매출이 크게 늘어나 요즘은 연간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유씨는 "항상 이윤보다는 손님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메뉴 개발 및 서비스 향상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그는 "음식점 창업을 하기 전에 하고 싶은 업종의 식당에서 1년 정도 일해보고 창업을 하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트렌드 분석과 철저한 사전 준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성공 창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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