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향후 '회생 여부'에 지역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구·우방 부도 직후 '아너스'가 대구 아파트를 대표한 간판 브랜드인데다 지역 건설사 중 시공 능력 3위 업체로 전국 순위에서도 한때 80위권까지 진출하는 등 IMF 이후 취약해진 대구 건설업의 '중심축'을 형성해 온 때문이다.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우방에 이어 태왕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대구 건설업의 위상이 더욱 추락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태왕뿐 아니라 지역 경제를 위해서라도 기업 회생절차를 통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너스' 회생 가능성은
주택업계에서는 태왕의 위기 원인을 '주택시장 침체'로 꼽고 있다. 2007년부터 찾아온 아파트 분양 시장 침체로 분양을 통한 신규 자금 유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은 탓이다.
태왕 관계자는 "현재도 신규 자금 지원만 된다면 회사 정상화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다. 지난해부터 자금 지원을 약속해온 은행권이 금융위기 등으로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워크아웃 무산에 이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우방에 이어 태왕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두 회사는 각기 다른 '회생'의 길을 걸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방의 경우 자산없이 부채만 1조9천억원에 달해 사실상 자구 회생은 불가능한 만큼 법원이 제3자 인수(M&A)를 통한 회생의 길을 찾고 있는 반면 태왕은 부채 규모가 작고 악성채무도 없어 자구 생존이 가능한 상태여서 법원으로부터 '회생'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태왕 관계자는 "전체 부채가 2천200억원이지만 이중 보증채무를 뺀 부채 규모는 700억원이며 이중 담보 채무는 500억원으로 회생(신용)채무는 2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채권은 환급 결정이 내려진 대구 용산동 오블리제 현장에 투입된 400억원과 중구 대봉동 재건축 현장 100억원 등 5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장부상 태왕의 상태는 '흑자인 셈'이다.
또 법원이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관리인을 임명한 우방과 달리 경영권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통합 도산법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에 대해 특별한 사유(부실경영)가 없는 이상 경영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으며 우방은 8개월의 임금 체불에다 임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했었다.
또 우방은 지난해 가을부터 모든 사업장이 공사 중단에 들어갔지만 태왕은 올 들어서만 800억원 정도의 신규 수주를 하는 등 정상 영업을 해오고 있다.
부채재조정을 통한 '회생' 결정을 받게 되면 태왕의 경영 정상화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낙동강 정비 및 세계 육상대회 부대 사업 등 대규모 공사 발주가 잇따르고 있고 '아너스'가 지역 아파트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만큼 법원의 지원만 있다면 회사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너스의 위기 원인은
태왕은 지난 1976년 권성기 회장이 설립한 섬유업을 모태로 1989년부터 건설업에 뛰어들어 90년대 건설 명가 대구의 대표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건설업 20년 만에 위기가 찾아온 태왕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IMF 직후. 지역 대표 건설사였던 청구, 우방, 보성이 부도로 줄줄이 무너진 뒤 '아너스' 브랜드를 대구 아파트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워냈다.
대구에서 가격이 가장 높은 황금동 태왕 아너스 단지를 비롯해 2000년 이후에만 대구경북에서 17개 단지를 분양했으며 이중 2006년 이전 분양한 13개 단지를 성공시켰다. 2006년도에는 전국 시공능력평가 80위권까지 진입했다.
또 올 3월 자금난으로 매각을 했지만 2007년에는 청도에 27홀 회원제 골프장인 '그레이스 CC'를 개장했다.
아너스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2007년부터 불어닥친 주택 시장 침체.
2006년부터 달서구에서 잇따라 분양한 진천동 아너스와 월성동 아너스베스트 및 용산동 아너스 오블리제 단지 계약률이 30% 수준에 그치면서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지난해 진천동과 월성동 2개 단지를 외부 자금지원 없이 준공했지만 결국 자금 고갈로 지난 4월에는 용산동 오블리제 단지가 공사 중단에 이어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공정률 미달로 '사고 사업장'으로 지정됐다. 정부가 주도한 은행권의 신용평가 등급에서 C등급을 받은 것도 결국 3개 단지 미분양이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한편, 태왕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도 일반 분양자들이 분양금을 날리는 피해는 없다. 오블리제 단지는 대한주택보증에서 환급 결정 후 계약자 대상으로 분양원금 환급에 들어갔으며 대봉동 재건축 사업장은 일반 분양을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곳의 재건축 조합원은 사업 지연에 따라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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