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기대감을 갖고 경기도 시화공단 내 한국산업기술대학교의 최준영(58) 총장실을 찾았다. 산업자원부에서 실'국장까지 지냈고 산학협력 교육기관인 산업기술대에서 2년째 총장직을 맡고 있을 정도라면, 대구경북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길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듣고 보니 그 길은 복잡하지만도 않아 보였다. "기업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환경만 조성해 주면 된다"고 했다. 지역 연고나 중앙정부에 호소하는 식으로는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환경은 값싸고 질 좋은 기술 인력과 노동력,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비용 절감, 토지 무상 혹은 저가 임대 등과 같은 유인책들로 조성된단다.
특정 지역에 맞는 특정 산업이란 것도 따로 없다. 모든 첨단 산업이 지역에서도 가능하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만 만들어줄 수 있으면 된다는 것.
최 총장은 "특정 산업이나 기업 유치에 실패하면 정권 차원의 지역 차별이라고들 푸념하는데 변명일 뿐"이라고 지적한 뒤 "광주에 기업이 몰렸던 것도 정권 차원의 배려라기보다는 지자체가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이 있는데…"라며 "인터뷰 기사 속에 꼭 넣어 달라"는 당부까지 덧붙였다. 대구와 경북이 광주'전남'전북과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해 지자체 간 연대를 추진하라는 것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기업 유치 등의 혜택을 보는 곳은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강원권 정도일 뿐, 대구경북'광주'전남'전북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단다. 부산'경남권은 공업도시와 산업단지들이 있어 지역 발전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
그는 "5개 시'도가 연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정부 측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며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해 기업들에 토지를 무상 임대하는 것 등과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호남 화합에도 기여할 것 같다.
최 총장은 민간 차원에서 비즈니스 외교도 톡톡히 하고 있다. 외국 대학들을 방문할 때면 협력회사 대표들과 함께 나감으로써 현지에서 비즈니스 활동도 병행, 적잖은 성과를 얻는다고 한다. 산업기술대의 산학 협력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요청이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단다. 어떤 나라에서는 아예 대학 건물을 지어줄 테니 몇년간이라도 직접 운영해 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협력회사를 3천200여개나 갖고 있는 산업기술대에서는 청년층 실업 문제가 남 얘기처럼 들린다. 최근 8년 동안 취업률이 100%였으며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올해도 어렵다고들 하지만 90%에 육박하고 있다.
그는 대구경북에서도 산업단지나 테크노파크 등을 조성할 때 대학을 함께 입주시키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대학을 기술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의 허브로 육성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1977년(행시 20회)부터 30년 동안 산업자원부 등에서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무역과 벤처 산업 분야를 주로 맡았다. 1986년 사상 처음으로 무역흑자를 기록했을 때, IMF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나섰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벤처 거품이 사회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연매출 1천억원을 초과하는 벤처기업들이 현재 200여개나 될 정도로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고비도 없지 않았다. 산자부의 산업정책국장으로 법안 제정 문제를 놓고 정보통신부의 주무 국장과 갈등을 빚다가, 두 사람 모두 징계 조치 격으로 근무 부처를 맞바꿔야 했을 때다. 그는 졸지에 정통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국장이 됐으나 현안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당시의 정통부 국장은 결국 조기에 옷을 벗었다.
칠곡에서 동명초등학교를 다니다가 대구로 유학, 경상중'경북고'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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